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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내용이 말도 안돼" 논쟁 뜨거운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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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내용이 말도 안돼" 논쟁 뜨거운 할리우드

입력
2004.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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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할리우드는 논쟁 중이다. 고대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을 그린 영화 '트로이'가 원전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를 왜곡했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빙하기 도래를 가상한 '투모로우'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개봉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도 유대교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흥미로운 점은, 사실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영화 논쟁이 곧바로 흥행성적과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2월25일 개봉한 '패션…'은 21일 현재 3억6,800만 달러를 벌어들여 역대 미국 개봉영화 흥행 7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김수환 추기경을 포함, 250만명이 보았다. 14일 미국에서 개봉한 '트로이'는 첫 주에만 4,600만 달러를 벌어들여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를 둘러싼 심각한 논쟁이 결국 흥행의 두 날개가 된 셈이다. 영화 3편을 둘러싼 학계와 종교계 논쟁을 요약한다.

● 트로이

21일 국내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트로이'(Troy)는 '원전 왜곡'이라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를 바탕으로 했으면서도 실제로는 '일리아드'와 동떨어지게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볼프강 페터슨 감독이 신의 이야기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등장 인물의 운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원전과 너무나 다른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20일자에서 '트로이가 일리아드를 짓밟다'라는 기사를 통해 '트로이'의 '일리아드' 왜곡을 문제 삼았다. "아테네 관객들은 자국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보기 위해 '트로이'를 기다렸지만 볼프강 페터슨의 2억 달러 짜리 영화는 결국 고대 그리스의 영광을 왜소화했다." 10년 가까이 진행된 전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도 역사적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영화는 그리스 영웅이자 '인간의 지배자'인 아가멤논을 시시한 제국주의자로 축소시킨다. 영화에서 아가멤논(브라이언 콕스)은 화 내고 짜증 부리느라 바쁜 나머지 자신을 위해 죽어가는 병사를 돌보지 않는다.

시카고 선타임즈는 '트로이의 목마처럼 공허한'이라는 영화 평에서 "본래 그리스 영웅들에겐 의리, 용기 등의 덕목이 있을 뿐 후회나 주저함은 보이지 않는데 아킬레스 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는 너무 현대적이며 지나치게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주장했다.

● 투모로우

세상이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도, 파리 에펠탑도, 서울의 남대문도 꽁꽁 얼어붙었다. 다음달 4일 개봉 예정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온 세상을 얼음으로 덮어버렸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녹아 내린 빙하가 난류의 온도를 떨어뜨리면서 기상이변이 발생, 북반구의 대부분이 동토가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설정에 대해 학계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내용이 그럴 듯 하면서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찬성파는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 현상과, 잇따르는 기상 이변을 증거로 들었다. 2월 발표된 미 국방부 시나리오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 멕시코 만류를 차단, 북반구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15년 안에 전세계적인 기아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춘'지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스티프도 국방부 시나리오를 인용, 2008년 이전 지구에 다시 빙하기가 닥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의 앤드루 위버 교수는 4월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지구 온난화가 빙하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미 콜롬비아대학 월리스 브루커 교수도 "대서양 해류 변화가 이상 기후를 가져올 아킬레스건이라는 주장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지만 미 국방부 시나리오나 '투모로우'의 내용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포츠담 기후효과연구소는 "멕시코 만류가 100년 이내에 차단될 것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지만 '투모로우'는 너무 극단적이어서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4월2일 국내 개봉한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는 종교계 논쟁을 불러 일으킨 대표적 작품. 예수를 십자가에 매단 장본인이 로마인이 아니라 유대인이라고 콕 찔러 묘사했기 때문이다. 신약 4개 복음서에 나오는 사실이지만, 영화는 한걸음 더 나아가 유대인을 피에 굶주린 집단으로 묘사했다는 것. 여기에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를 온화하고 사려깊으며 예수의 처형을 앞두고 고민하는 인물로 묘사, 유대인 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4월 시나리오 초고를 입수한 유대인 단체는 전미 가톨릭사제회의를 열고 "'패션…'은 신학적으로 부정확하며 유대인들을 복수심에 가득 찬 민족으로 그렸다"고 주장했다.

멜 깁슨은 이에 맞서 가편집본 시사회를 개최, "예수의 마지막 12시간 삶에 대한 아름답고 놀라운 영화"(테드 해거드 미국 복음주의자연합회장)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유대인이 장악한 일부 극장의 개봉 거부 등이 잇따르자, 멜 깁슨은 극중 유대교 대제사장 가야바가 예수를 증오해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 돌릴지어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최종 편집본에서 삭제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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