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 등 차세대 유통산업이 정부의 무더기 규제와 관련부처간 이견으로 좌초할 위기를 맞고 있다.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인인증서 유료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결제대금 예치제(에스크로)' 도입 등 각종 규제들이 인터넷 쇼핑몰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인인증서 제도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신용카드로 상품을 살 때 고객들의 정보가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암호를 입력하는 절차를 거쳐 결제토록 하는 것으로 올 2월 시행됐다.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도입한 이 제도에 대해 정보통신부가 6월 12일부터 유료화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 이에대해 업계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A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인터넷 거래 절차를 복잡하게 만든 공인인증 제도 도입만으로도 매출이 20% 가까이 줄었다"며 "거래 비용이 싸다는 점이 인터넷 거래의 가장 큰 장점인데 공인인증서 유료화로 거래 비용이 늘면 누가 인터넷 거래를 하겠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업계의 어려움을 감안, 최근 정통부에 공인인증서의 유료화방안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통부는 이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부처간에도 손발이 맞지 않는 실정이다.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자연대도 최근 공인인증서 유료화방안에 대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늘린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이 문제가 정부, 업계, 시민단체간에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입법 예고한 에스크로 제도에 대해서도 인터넷 쇼핑몰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에스크로 제도는 소비자가 인터넷 쇼핑몰이나 통신판매로 물품을 구입할 경우 대금을 은행 등 공신력 있는 제3자에 보관시켰다가, 배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되면 판매자 계좌로 입금해 결제하는 제도.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는 물품을 받지 못했거나 반품할 경우에 금융회사가 즉시 환불해 주게 된다.
이로인해 지난해초 4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하프프라자 사건'과 같은 인터넷 쇼핑몰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그러나 기존 대형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은 대부분 보증보험 가입, 공제조합 결성 등 소비자 피해 예방대책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B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이미 시행중인 전자상거래 보호법만으로도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일부 영세 불법 업체들에 의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려는 이 제도 도입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강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터넷 상거래 산업을 금감원, 정통부, 공정위 등이 왜 앞다퉈 규제하려고만 하는 지 모르겠다"며 "차세대 유통산업을 키워주지는 못할 망정 뒷다리를 잡으려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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