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추진해온 '5월말 개각'이 고건 총리의 제청권 고사라는 암초에 부딪친 것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무 보좌기능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측은 편법 논란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고 총리가 제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조기 개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고 총리 사퇴서 수리 시점과 총리 임명 동의안 제출 시점, 신·구 총리의 교체 시점 등 정치 일정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개각 시점 등을 결정해하는 게 순리였다. 제청을 받겠다고 생각했다면 고 총리의 사의 표명 수락 시점을 늦추는 방안도 검토했어야 했다.더욱이 청와대는 총리 임명 동의 절차, 새 총리 후보에 대한 여론 검증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새 총리 카드로 내밀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총리 임명 동의안을 언제 국회에 제출하는 게 바람직한 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17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5월30일 보다는 국회 개원일인 6월 5일쯤에 총리 임명동의안을 내야 논란의 소지가 없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기능 마비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정무수석실이 폐지됐기 때문.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무팀을 관장하게 돼 있지만 수석비서관이 없기 때문에 체계적인 업무 추진에는 한계가 있다. 문희상 당선자 등 노련한 정치특보가 있기는 하지만 상임 보좌진이 아니어서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홍보수석실이 정무 기능 일부를 떠맡는 경우가 있으나 집행과 홍보 기능을 겸할 경우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