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안대희 부장)가 2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를 소환하는 것을 끝으로 사실상 전씨 비자금 수사를 종결했다. 이번 수사로 전씨에 대한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200억원이 추징돼 지금까지 모두 532억4,000만원(24%)이 납부됐지만 수사 종결로 남은 '1,672억6,000만원 찾기'는 또다시 미궁에 빠져들게 됐다.200억 추가회수에 그쳐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부인 이순자씨 주변에서 206억원, 차남 재용씨에서 167억원 등 모두 373억원의 전씨 관련 비자금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 중 이씨에게서 200억원을 대납 추징받고, 재용씨에게는 추징 대신 벌금 15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연희동 별채를 낙찰받아 전씨에게 돌려준 이창석씨까지 조사했으나 더 이상 비자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관계자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전씨 비자금의 가지는 추적이 완료됐고, 다른 가지에 대한 단서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차례 방문 조사한 전씨에 대한 소환도 주변 조사와 비자금 추적이 충분히 이뤄진 뒤 검토할 문제라며 한걸음 물러섰다.
은닉자금 어디에 있나
비자금의 행방은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3∼4가지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괴자금 소동이 있을 때마다 전씨가 의심받는 것도 비자금의 묘연한 행방 탓이다. 흔한 소문 중 하나는 비자금이 구권화폐로 보존돼 있다는 것. 전씨로부터 촌지를 받은 모 인사가 "돈을 펴보니 냄새가 심하게 나는 구권이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종종 구권 화폐 사기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전씨의 은닉 비자금이 기업인, 종교인 등을 통해 해외로 유출됐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기업인을 별도 혐의로 조사하면서 사실 여부를 추궁했으나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이 오래 전 부동산에 유입됐다는 소문도 나온다. 제3자 명의로 된 전씨측 부동산이라며 지번까지 기록된 서류가 일부 공개되기도 했지만 부동산업계는 '확인 불가능' 진단을 내렸다.
무기명 채권이 주된 관심
검찰은 비자금이 채권 같은 유가증권 형태로 보관 중이거나 세탁됐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채권 추적은 중간에 연결고리가 끊기거나 관련자가 해외로 출국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사채업계에 따르면 전씨측은 일찍부터 비자금을 무기명 채권 형식으로 보관해 오다 이를 지난 정권 초기 한번 더 돈세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정부 초기 사정한파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는데, 이번에 그 꼬리 중 하나가 잡혔다는 것이다.
한 사채업자는 "세탁단계가 3단계라면 이번 수사는 1단계만 훑은 것에 불과하다"며 "전씨 돈을 세탁한 업자가 누구인지는 어지간하면 다 아는 사실인데 수사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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