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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이 2'/팽 브라더스의 공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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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이 2'/팽 브라더스의 공포물

입력
2004.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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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팽 브라더스(옥사이드 & 대니 팽 감독)는 공포를 일상에서 찾는다. 임산부가 남들과 달리 귀신을 보면서 겪게 되는 끔찍한 이야기를 다룬 '디 아이 2(The Eye 2)'를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팽 브라더스는 전편처럼 태국 신문기사에서 이 작품의 소재를 얻었다. 임산부의 태아를 촬영한 초음파 사진이 공포감을 조성하는 특이한 형상을 띤다는 것. 여기에서 임산부가 느끼는 공포를 소재로 차용했다. 귀신을 보는 주인공의 특이한 능력만 전편과 같을 뿐,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이 작품 속 귀신들은 머리를 풀어헤친 채 입가에 피를 흘리거나 흉측한 모습으로 사람을 물어뜯지 않는다. 어두운 밤 사람이 없는 으슥한 곳처럼 장소를 가리지도 않는다. 캐주얼이나 원피스 등 평범한 일상복을 입은 귀신은 사람이 붐비는 대낮의 전철 역이나 탈의실, 버스 정류장에 나타나 누구를 해꼬지하는 일 없이 조용히 서 있다. 언뜻 보면 사람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처럼 평범하기에 더 무섭다.

그래서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임산부 조이(수치·舒淇)는 맞닥뜨린 존재가 귀신인지 사람인지 몰라서 한참을 쳐다본다. 오히려 사람들은 귀신을 보고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조이를 더 무서워한다.

팽 브라더스가 귀신을 평범한 사람처럼 묘사한 까닭은 일상 속에서 겪는 일을 통해 충격을 주기 위해서다. 옥사이드 팽 감독은 최근 한국에서 가진 기자회견 때 "사람들이 평소 자주 이용하는 승강기, 지하철 등 일상 환경이 공포의 소재로 쓰이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영화속 임산부가 겪는 일은 출산의 공포를 갖고 있는 여인들에게 더욱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팽 브라더스의 의도는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다. 영화속 귀신들의 의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불쑥 나타나 임산부의 다리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거나 지하철 역에 서서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귀신은 모두 임산부의 배 속에 들어가 아기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존재들이다.

이처럼 전생과 이생, 후생까지 관통하는 불교의 윤회사상에 바탕을 두었기에 남편의 외도로 목숨을 버린 여인의 원귀마저도 복수보다는 남편의 아기로 태어나 함께 잘 살기를 바라는 넉넉한 발복지심(發福之心)을 품는다. 그렇기에 스크린 가득 귀신에 대한 연민과 슬픔이 짙게 배어 나온다.

이 작품은 소리가 유발하는 공포감이 만만치 않다. 하늘에서 시체가 떨어지며 벼락치듯 울리는 충격음이나, 평소보다 확대돼서 들리는 각종 생활 소음은 관객을 자주 놀라게 한다. 이 작품만큼은 눈을 가리는 것보다 귀를 막아야 무서움을 이길 수 있다.

다만 막판 영상 만큼은 충격적이다. 스포일러(영화 내용을 미리 밝혀서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가 될 것 같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귀신의 존재와 세상 만물의 융화를 믿는 팽 브라더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누드집과 홍콩 에로물에 숱하게 얼굴을 내민 탓에 에로 배우로만 기억되는 수치의 진지한 연기변신도 눈에 띈다. 15세관람가. 26일 개봉.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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