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성들과 경쟁하며 여성들의 권리를 찾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여성 스스로 게으름과 나약함을 자성하고 21세기 지식산업사회를 이끄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세계여성지도자회의는 이런 점에서 여성들에게 미래의 꿈을 심어줄 쇼케이스가 될 것입니다."27∼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세계여성지도자회의(Global Summit of Women 2004)의 한국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성주(47) (주)성주인터내셔널 사장은 개막식을 앞두고 금식기도를 하고 있다. 회의가 코앞에 닥치며 인터뷰 및 면담 요청이 끊이지 않아 몸을 추스리기조차 힘들지만 그에 앞서 마음이 더 조마조마해서다.
이번 회의에는 등록자격을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수상급 4명, 장관급 47명, 휴렛팩커드·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의 CEO급 임원 등 85개국에서 859명이 참가한다. 그런 만큼 김 사장은 행사를 차질없이 잘 치러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수억원을 들여도 만나기 힘든 이들에게 한국의 브랜드를 어떻게 홍보할 것이냐는 고민으로 속이 탄다.
김 사장이 이 회의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여성 정치인 모임 성격이었던 이 회의가 경제인 모임으로 확대되면서, 세계경제포럼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 선정된 김 사장을 아시아 대표 연설자로 초청한 것이다.
여성 모임에는 별 생각이 없던 김 사장은 이 회의에 참석한 이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여성을 껴안는 게 한국이 살 길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한국의 브레인 파워를 질적으로 한단계 높이지 않는 한,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방도가 없고,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것.
그래서 2003년 모로코 회의 때 그를 포함한 우리나라 정·재계 여성 39명이 대거 회의에 참석, 영어와 불어로 연설을 하며 회의 유치운동을 벌였다. "저는 저대로 인맥을 동원해 로비를 했고, 한국 참가자들은 3일 동안 밤마다 춤과 노래를 연습해 한복을 입고 서울찬가를 불렀더니 회의장은 거의 졸도할 분위기였어요. 멕시코와 북유럽 국가들이 유치경쟁에 나섰지만 한국 여자들을 이길 수 있겠어요?"
그는 세계여성지도자회의를 단순한 '여성 축제'가 아니라 한국 브랜드의 세계화를 구체화하는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 "소비재를 선택하는 것은 80%가 여성입니다. 그 중의 리더에게 우리 상품을 알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85개국이 회의에 참가하니 1석85조인 셈이에요."
대성산업 그룹 총수의 딸인 김 사장은 유학 후 무일푼으로 패션유통·수출입업체를 일으킨 자수성가 기업인. 그래서 여성 문제에 대한 시각도 남다르다. "프로그래밍된 과외 치맛바람이 우리 교육을 절단 낸 겁니다. 정경유착과 부패도 남자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인구의 절반은 여성입니다. 여성들이 대학 졸업하고 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브레인 파워가 반감되는 겁니다. 이제 여성 스스로 자기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키워가야 할 때입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세계여성지도자회의
'여성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여성지도자회의는 1990년 캐나다에서 시작한 전세계 정치·경제·비정부기구의 여성 리더들이 모인 협의체로 97년부터 매년 열린다. 여성의 지위향상과 첨단기술분야 진출을 논의하는 여성장관급 원탁회의,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여성기업박람회(WEXPO), 세계여성지도자상 시상식 등이 열린다. 11회째인 2004년 서울 회의는 역대 최대규모이며 주제는 '21세기 성장을 위한 기술과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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