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2년생과 열두 살이나 많은 직장인. 나이 차이 만큼이나 곡절 많고, 불쾌할 것 같은 이들의 사랑이 이 만화에서는 아름답고 흐뭇하게 펼쳐진다. '순정만화'. 지난해 10월 인터넷 '미디어 다음'에 연재를 시작한 이래 총 페이지뷰 6,000만, 하루 평균 페이지뷰 200만을 기록, 인터넷 만화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을 정도다. 문학세계사가 이를 단행본으로 냈다. 2월에 1권이 나온 데 이어 이번에 2권이 나왔다.
젊은 작가 강풀이 그린 '순정만화2'는 제목처럼 젊은이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순정 만화다. 여고생 수영, 그보다 열두 살 연상인 평범한 직장인 연우가 주인공이다. 수영은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 새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새 아빠는 새 아빠일 뿐 수영은 마음을 열지 못한다. 어느날 수영은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연우를 만난다. 연우는 고교 시절 한꺼번에 부모를 잃고 외로움 속에서 살아왔다. 나이 차이를 잊은 채 말괄량이 수영에게 자꾸만 끌리는 연우. 연우는 수영을 만나면서 외로움에서 벗어난다. 나이 어린 수영에게 항상 존대말을 쓰는 연우를 엄마와 새 아빠도 미워하지 않는다. 딸에게 함부로 할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순정만화2'에는 또 다른 커플 숙과 하경이 나온다. 나이로 보자면 수영, 연우와 반대다. 숙은 고교 2학년 남학생이고 하경은 그보다 아홉 살 많은 직장 여성이다. 숙이 일방적으로 따라 다니는 사이다. 하경은 숙을 밀쳐내지도, 그렇다고 받아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숙의 정성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집 앞에서 밤 새워 하경을 기다릴 정도다.
그러나 하경도 아픈 사연이 있다. 그렇게 사랑했던 규철이 아무 말 없이 떠나간 것이다. 하경은 마음의 상처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늘 규철과 함께 했던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숙이 하경에게 다가선 것도 그곳이었다. 담배를 무는 순간, 숙이 불쑥 불을 붙이며 말을 걸었다.
규철은 연우의 고교 동창이다. 부모를 잃고 슬퍼하던 연우에게, 위안이 될 거라며 담배를 권했던 고마운 친구였다. 연우는 규철로부터 사귀던 여자, 하경의 이야기도 들었다. 규철은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며, 그런 미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다며 홀연 하경을 떠났다.
하경은 어느날 노점상을 하는 규철을 만나지만 다시 시작할 수는 없었다. 숙은 하경의 사연을 알고는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규철―하경―숙의 모습을 지켜보던 수영은 연우에게 말한다. "아시죠? 우리의 미래가 더 불확실한 것을. 아저씨하고 나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요…. 항상 이야기해요, 불확실한 거 생기면 함께 이야기해서 확실하게 만들어서 이겨 나가요."
예쁜 그림과 간결한 대사,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감정에 충실한 젊은이들의 사랑을 아름답고 상큼하게 펼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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