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로 시작한 일요일의 두 오락프로그램, SBS '일요일이 좋다'와 KBS '일요일은 101%'를 비판하기는 쉽다. 이름만 바꿨을 뿐 새로운 게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남녀 연예인이 팀을 나눠 게임을 하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스타 올림피아드'는 SBS '실제상황 토요일'을 연상시키고, 고수들에게 무술을 배우는 '유재석과 감개무량'은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천하제일 외인구단'과 내용은 물론 출연진까지 똑같다. 또 KBS '일요일은 101%'의 '여걸파이브―아름다운 만남'(사진)은 다섯 명의 여성과 한명의 남성 MC라는 구성, 벌칙으로 쏟아지는 물을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KBS '슈퍼 TV 일요일'의 '위험한 초대'에서 성적 구성만 바꾼 것처럼 보인다.오락 프로그램들이 이름만 바꿔서 이전과 별 차이 없는 코너를 내놓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확실히 '스타 올림피아드'나 '유재석과 감개무량'은 모방작일 뿐이다. '스타 올림피아드'는 연예인들이 게임을 하며 그들의 노는 모습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예전 짝짓기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고, '유재석과 감개무량' 역시 어려운 과제에 맞서 당황하는 출연자의 모습이 웃음의 포인트라는 데서 '천하제일 외인구단'과 똑같다.
그러나, '여걸 파이브'는 그렇게만 바라보기엔 어딘가 아쉽다. '여걸 파이브'의 형식은 '위험한 초대'와 비슷하지만, 그 웃음의 포인트는 상당히 다르다. '위험한 초대'는 언제 남성 MC들이 물대포를 맞고 당황하느냐가 웃음의 포인트였고, 그만큼 가학성도 컸다. 반면 '여걸 파이브'는 쏟아지는 물의 양을 말 그대로 봄비 수준으로 줄이고, '위험한 초대'와 달리 문제를 틀렸을 때만 벌칙을 줘 벌칙의 비중을 줄였다. 그래서 코너의 중심은 물을 맞는 MC의 당황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런 게임사이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나누는 게스트와의 대화에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위험한 초대'는 슬랩스틱 코미디이고, '여걸 파이브'는 토크쇼이다. 이를 두고 그저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모방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닐까.
이는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나 '대단한 도전'이 2년 이상 장수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시작당시 '브레인 서바이버'는 꽤 난 이도 있는 문제를 출제했고, 그래서 아이큐 테스트 같은 성격이 강했다. '대단한 도전' 역시 출연자들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에 도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이 두 코너는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출연자를 긴장시키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브레인 서바이버'는 떡먹는 용만이처럼 코믹한 문제를 내고, MC와 패널의 농담따먹기를 강조하면서 낙엽줄의 조형기 같은 스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대단한 도전'은 과제의 난이도는 낮추고 대신 올드보이와 영보이로 나뉘어진 패널들의 대립을 강조, 각각의 캐릭터가 부각되는 보다 유쾌한 코너가 되었다.
이름은 같지만, 정말 변화한 것은 이런 코너들이다. 개편 때마다 방송사에선 새로운 이름의 프로그램을 쏟아낸다. 그러나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같은 형식이라도 더 나은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시청자들이 선택한 프로그램이 결국 제목도 안 바꾸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 아닌가.
강명석/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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