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북일 평양 정상회담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주도권을 잡고 이끌어갔다고 일본 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식량과 의약품 지원 약속을 받은 뒤 2시간으로 예정됐던 회담 시간을 30분이나 남겨 두고 느닷없이 "이제 그만 끝내자"며 자리를 뜨려 했다. 다급해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기다려 달라"고 만류하며 미처 얘기도 꺼내지 못한 미 해결 납북자 문제를 제기했다.김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에 귀환한 납북 일본 여인의 남편으로 일본행을 거부한 찰스 젠킨스(주한 미군 탈영) 문제 해결을 제안하자, "직접 만나보라"고 역제의했다. 젠킨스는 이미 회담장 밖 별실에서 대기 중이었고, 고이즈미 총리는 설득에 실패했다.
김 위원장은 다른 10명의 피랍 의혹자 문제에 대해선 "이미 끝난 얘기"라고 일축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가족이나 나는 살아있다고 믿는다"고 반박했지만, 김 위원장은 "생존자는 '제로'"라고 못박았다. 고이즈미 총리의 거듭된 요청에, 김 위원장은 "한 번 더 본격적 조사를 하겠다"고 한발 양보했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야마자키 마사아키(山琦正昭) 일본 관방 부장관은 23일 "회담 종료에 관해서는 상대편이 주도권을 가졌다"고 토로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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