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연구비 유용 문제가 근래 심심찮게 뉴스거리로 제공되고 있다. Y, K 대학에 이어 이번에는 Y여대의 여교수가 무작위 실사에 걸려 씁쓸한 입방아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런 뉴스를 들을 때면 쓴 약 먹고 박하사탕 입에 문 듯한 묘한 감정의 맛을 경험한다.사실 연구비라는 것이 주기로 결정하고 주었으면 그 사용문제는 전적으로 연구자에게 일임해야 옳다. 평가는 연구결과로 할 일이지, 돈 씀씀이로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씀씀이를 따져봐야 하는 연구비도 있다. 개인연구가 아니라 규모가 큰 공동연구일 경우다. 이 경우 연구비는 연구책임자의 것이 아니라, 공동의 자산이다. 그런데 연구책임자가 그걸 인정 못하겠다면?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최근 사고가 난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지급의 기본취지는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지원이다. 그래서 연구원으로 등록된 석·박사급 연구생들에게 연구책임자인 현직교수보다 연구비가 많이 지급된다.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지급원칙이 이렇게 바람직하다 보니 이걸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교수들에 의해 편법이 동원된다. 통장을 만들어 세탁을 하고, 연구보조원의 이름을 도용하여 연구비를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다. 10% 공제관행도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책임연구자의 제자이거나 그와 인간관계로 엮어진 석·박사급 연구원들은 부정의 공모자가 될 수밖에 없다.
교수들이 연구비 유용이라는 모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지급취지를 인정해야 한다.
과거의 교수중심 연구비 지급관행에 젖어 있으면 제자들이 자신보다 연구비를 많이 받는 것이 부당하게 보일 수도 있다. '언제 돈 때문에 연구했느냐'는 강사시절의 초발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학술진흥재단도 연구나 그와 관련된 업무에 투여되는 노력에 비해 책임자의 연구비가 적다고 판단된다면 규정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현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