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끝난 후 1년간의 미군 점령기간에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 수가 바그다드 등 4개 지역에서만 5,558명에 이른다는 집계가 나왔다. 이는 전후 이라크 민간인 인명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을 실증하는 최초의 구체적 수치다.이에 따라 미국은 치안 확보에 실패, 민간인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고 오히려 무차별적 공격으로 이라크인들을 살해하고 있다는 비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3일 AP통신은 미군 등 연합군이 주둔한 지난해 5월1일 이후 1년간 바그다드에서 4,279명, 카르발라에서 663명, 키르쿠크에서 401명, 티크리트에서 205명의 민간인들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1일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내 주요 작전이 끝났다고 선언한 날이다.
이 통계는 시체공시소 자료에 따른 것으로 이라크전 이후 범죄나 정치적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수다. 이 수치에는 교통사고, 추락사 등 사고 사망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민간인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폭탄 테러로 인한 사망자와 같이 사인이 분명해 시체가 유가족에게 직접 인계된 경우와 과격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무장단체인 메흐디 민병대원 사망자도 집계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또 사망자수가 파악되지 않은 지역을 포함할 경우 그 수치는 크게 늘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군의 공세가 심했던 팔루자에서는 4월에만 73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지난 3월까지 1년간 이라크 민간인 1만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한편 23일 AP텔레비전뉴스(APTN)는 지난 주 미군의 폭격을 받은 이라크 서부 마을에서 결혼식이 진행 중이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미군측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다. 이 테이프에는 수십대의 흰색 픽업 트럭들이 화려하게 장식된 차를 에스코트하며 사막을 달리는 모습과 하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춤과 노래를 즐기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당시 서구식 흰색 드레스와 면사포 차림의 신부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이 테이프에는 APTN이 촬영한 폭격 후 현장 모습에서 나온 것과 동일한 옷가지와 차량, 악기 등이 등장한다고 APTN은 덧붙였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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