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공고를 나와 세계적 엔지니어로 우뚝 선 여성이 금의환향, 자신의 성공담을 담은 자서전을 내 화제다.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컴퓨터 및 반도체 장비 설치·관리업체 WTS 수석 엔지니어로 일하는 박순덕(37)씨가 그 주인공. 그는 지난 22일 고향인 충북 충주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자서전 '멋진 세상은 프로가 만든다'는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충북 충주에서 빈농의 7남매 가운데 넷째로 태어난 박씨는 중학교를 나온 뒤 여상(女商)을 가라는 주위의 권유를 물리치고 충주공고 전자과를 선택했다. "계집애가 무슨 기술을 배운다고 공고를 가느냐"는 핀잔도 많았지만 어려서부터 유독 심했던 기계에 대한 그의 호기심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경기 성남의 대유공업전문대 전자과에 진학한 박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재학 중 모 전자회사에 계측장비담당 엔지니어로 취업했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컸다. 성과 학력 차별을 견디나 못해 4년 만에 직장 생활을 접은 그는 1년 간 미국 유학 이후 다시 취업에 나섰지만 여성 엔지니어가 설 땅은 여전히 좁아 눈물을 곱씹어야 했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가 능력을 한껏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9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회사 KLA-텐코사 한국지사에 입사하면서부터다. 최첨단 장비 설치 기술을 인정 받은 그는 입사 3년 만에 명문대 출신의 남자 엔지니어들을 제치고 미국 본사로 승진 발탁돼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본사 승진은 이 회사 한국지사가 생긴 지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의 능력은 국제 무대에도 널리 알려져 이제는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인사가 됐다.
박씨는 2002년 이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만난 남편 로버트 윌킨슨(30)씨와 공동으로 지금의 WTS를 설립, 세계 각국을 누비고 있다. 인텔, 모토로라, NEC, 미쯔비시 등 세계 굴지의 첨단업체에서 반도체 검사장비 등을 설치, 점검해주면서 국제적인 엔지니어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기계공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되기 위해 곧 미국 MIT대학에 진학할 예정인 그는 "능력에 의해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가 되어야 진정한 기술 강국을 만들 수 있다"며 "우리나라 여자들도 미래 선진사회를 앞당길 기술분야에 더 관심을 갖고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