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세계 영화사의 맥을 짚을 수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세계의 내로라하는 거장들의 작품도 DVD는 최고의 화질로 보여준다. 게다가 감독과 작품에 관련된 구하기 힘든 자료들이 꽤 많이 수록돼 영화 공부에도 도움을 준다.슬랙스틱 코미디의 황제 찰리 채플린의 작품을 모은 DVD콜렉션 시리즈는 돌비 5.1채널로 확장한 사운드와 디지털 복원을 거친 뛰어난 화질로 그의 천재성이 빛나는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생애와 가족의 모습,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단편영화들까지 스페셜피처(부가영상)로 가득 담아냈고, '살인광 시대'를 재조명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유럽영화사를 잇는 풍성한 명작 DVD도 인상적이다. '8과 1/2'로 영화 만들기에 대한 자전적인 영화를 연출한 빛의 마술사인 이탈리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이 영화에 '영혼의 줄리에타' '사기꾼들' 까지 3편의 작품과 그의 가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평론가의 정성일의 음성해설까지 담은 '페데리코 펠리니 콜렉션'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400번의 구타' '쥴 앤 짐' 등 대표작 4편을 담은 '프랑소와 트뤼포 콜렉션'은 거대자본에 의한 영화제작을 거부하고 작가주의를 추구해 누벨바그의 서정시인으로 불리는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작품 세계를 향유할 수 있다. '네 멋대로 해라'의 장 뤽 고다르 콜렉션도 최근 선보였다.
이들 누벨바그 감독의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데뷔시절 단편영화를 모은 '그들의 첫번째 영화'는 물론이며, '무방비 도시'의 로베르토 로셀리니 등 이탈리아 거장 감독 4인의 작품세계를 그려낸 '20세기 거장 감독 다큐멘터리 콜렉션'도 DVD로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에이젠스타인의 '전함 포템킨', 불운한 천재인 오손 웰스의 '시민 케인', 구로자와 아키라의 '주정뱅이 천사' '카게무샤', 클로즈업의 탁월한 형식미를 보여준 칼 드레이어의 '잔다르크의 수난'도 이미 DVD로 나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영화들을 보기 위해 형체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악한 화질의 비디오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헤매야 했고, 한 편에 수십만원을 지불했다.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데이비드 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역사는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고전과의 신선한 만남과 감동을 이어주는 DVD가 바로 세계 영화사의 산 증인이다.
킴 앳/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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