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의 국제 금융기구 가입이 지체되거나 사실상 좌절되는 등 국제 금융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상대적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24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FATF) 가입이 중국의 부상으로 사실상 좌절됐으며, 미주개발은행(IDB) 가입도 중국이 막판 변수로 등장함에 따라 시기가 지연되거나 가입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폐막된 FATF 총회에서 33개 회원국 대표들은 "동아시아의 주요 국가인 중국과 인도를 FATF 회원국으로 영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FATF의 기존 운영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인도 이외에 당분간 회원국을 추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01년 금융정보분석원(FIU) 출범 이후, FATF 가입을 추진했으나 이번 공식 발표로 가입이 사실상 좌절됐다.
금융계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FATF에 가입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과 체코, 폴란드 등 구(舊) 동구권의 4개 나라에 불과하다"며 "OECD 회원국이면서 한국의 가입이 무산된 배경에는 중국의 급부상으로 동아시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중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또 지난 17일에는 IDB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IDB가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남미의 맹주인 브라질이 한국과 중국의 동시 가입을 주장, 협상의 막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IDB는 한국 가입의 전제 조건으로 지분 인수이외에도 빈민 지원이나 개발사업 자금 명목으로 수억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우리나라는 지난해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선거에서, 이전 15년간 한국이 차지해 온 부총재 자리를 중국에 내주는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의 상대적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제금융계는 냉엄한 힘의 논리가 작용, 실제 국력에 따라 가입 또는 자리 배분이 이뤄진다"며 "최근 현상은 중국이 경제강국으로 떠오른 데 따른 자연스런 변화이기는 하지만,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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