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2세 A씨는 30년 동안 하루 한갑씩 담배를 피워왔지만 건강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2월초 외출하려는데 갑자기 앞가슴이 뻐근해지고 숨이 차기 시작했다. 외출을 중단하고 잠시 쉬니 통증이 가라앉았으나 밤이 되자 다시 숨이 가빠졌고 새벽녘엔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응급실을 찾은 A씨는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심장의 혈관이 막힌 심근경색으로 진단받았고, 막힌 지 12시간이 훨씬 넘어 폐에 물이 찬(폐부종) 상태였다. 의료진은 A씨를 중환자실로 옮겨 심장기능을 높이는 보조심장펌프를 대동맥에 삽입했고 스텐트(혈관을 넓히는 금속망)를 넣어 막힌 혈관을 뚫었다. 4일이 지나 보조심장펌프를 제거했는데 폐부종이 심해져 재삽입을 해야 했다. 혈관이 막힌 채 너무 오래 시간을 끄는 바람에 좌심실 부위가 기능을 못하게 된 것이었다. 결국 좌심실류를 떼어내는 심장수술까지 받고 2개월만에 퇴원한 A씨는 현재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집에서 지내고 있다.
#2 45세 B씨가 처음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느낀 것은 2월 중순. 처음엔 1,2분만에 통증이 사라졌고 며칠에 한번쯤 반복됐다. 그러다 3월 초 가슴통증이 20분 이상 지속되자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심근경색이었던 그는 도착한 지 50분만에 스텐트 시술을 받아 20분 후 막힌 혈관을 뚫었다. 중환자실로 옮겨 1시간이 지나자 가슴통증은 씻은 듯 사라졌다. 시술 다음날부터 가벼운 산책과 계단 오르기가 가능해진 B씨는 3일째 퇴원했고 일요일마다 등산으로 심장기능을 단련하고 있다.
6시간 이내 손 써야
이처럼 가슴통증을 느낀 후 얼마나 빨리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권현철 교수는 "심근경색의 사망위험은 24시간 안에 가장 높다"며 "이 고비를 못 넘기면 목숨을 잃는 반면 재빨리 대처하기만 하면 아무 후유증 없이 정상인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건강을 자부하는 중년이 돌연사하는 경우는 80%가 급성 심근경색이다. 심장이 움직이도록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 등에 의해 막히는 병이다. 심근경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싸움. 전문의들은 "증상을 느낀 지 6시간 이내에 시술을 받으라"고 권한다. 심근경색 사망률은 10% 정도인데 혈관이 막힌 지 1시간 이내에 시술을 받은 경우는 사망률이 1%도 안 되고 6시간 이내 시술받은 경우 6∼7%선이다. 병원으로 가는 시간, 시술준비에 걸리는 시간(1시간30분∼2시간)도 감안해야 한다.
30분 이상 아프거나 반복될 때
가슴통증의 정도는 증상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흉통의 정도는 심장근육의 감각이 얼마나 예민한가에 달려있을 뿐이다. 그래서 신경합병증으로 감각이 둔해진 당뇨환자는 통증이 전혀 없이 쓰러지기도 하고, 노인들도 체했다며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심근경색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들은 가슴이 뻐근하다, 답답하다 숨이 차다 식은 땀이 난다 어지럽다 토할 것 같다 등이다.
가장 위급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30분 이상 아프다면 지체 없이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심근경색은 몇 시간 지나면 오히려 통증이 무디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낫는 게 아니라 심장근육이 괴사하고 있는 것이다.
통증이 5분 정도로 짧게 끝날 경우라도 반드시 가까운 의원을 찾아 심전도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이는 혈전이 일시적으로 동맥을 막았다가 정상적인 반응에 의해 다시 뚫리는 것인데, 심근경색의 절반은 이러한 불안정형 협심증을 먼저 거친다. 전조증상이 있을 때 미리 시술을 받으면 안심할 수 있다.
이밖에 가만히 있으면 괜찮다가 움직일 때만 가슴이 아픈 경우가 있다. 안정형 협심증으로 혈관이 막히진 않고 좁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은 아니고 협심증 관리를 해주면 된다.
당뇨환자 흡연자 특히 주의
특히 당뇨환자이면서 담배를 피우고 혈압이 높다면 관상동맥질환 발병률이 80% 정도이므로 이러한 가슴 통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른 질병이 없고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다 하더라도 흡연자라면 가슴 통증이 있을 때 심전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가슴통증이 느껴졌을 때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가장 흔한 것이 우황청심환이나 소화제를 먹으며 시간을 끄는 경우다. 또 지방에서 무조건 서울로 오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위험하다. 권 교수는 "지방의 환자가 비행기를 타고 오다가 활주로에서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며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종합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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