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관심사가 웰빙이나 유기농 식품이 되어 버렸다. 방송 등 언론도 건강식품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관련 음식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문제는 언론에서 이런 음식들이 몸에 좋다고만 다루고 있지 어떤 경우에 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고로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예를 들어 배와 더운 차를 함께 먹으면 설사가 나듯 음식에도 함께 먹으면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즐기는 음식 중 중국 고대 서적에서 함께 먹으면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기록된 식품 몇 가지만 소개한다.먼저 생시금치와 두부. 한국인들은 시금치와 두부가 들어간 '시금치 된장국'을 자주 먹는다. 시금치에는 수산(蓚酸)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고, 두부는 칼슘이 많다. 두 가지를 함께 요리하면 인체에 흡수될 수 없는 수산칼슘과 같은 백색의 침전물이 생겨 칼슘의 섭취를 막는다. 따라서 시금치 된장국을 끓일 때에는 시금치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수산 성분을 뺀 뒤 새 물에 다시 두부와 함께 끓여야 한다.
둘째, 메밀과 돼지고기. 당나라 명의 손사막(孫思邈)은 메밀국수를 볶음이나 구이류의 따뜻하게 요리한 돼지고기와 함께 여덟 끼니 정도만 계속 먹어도 눈썹과 수염이 빠지는 등 궁합이 맞지 않다고 했다.
셋째 개고기, 닭고기, 꿀, 대추와 생마늘, 생파. 개고기나 닭고기, 생파,생마늘은 성질이 더운 음식이고, 꿀과 대추는 기운을 상승시켜 준다. '본초강목'은 몸에 열이 많고 성질이 급한 사람은 이 같은 식재료를 함께 조리한 음식을 적게 먹거나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음선정요(飮膳正要)는 소갈비찜을 할 때 밤을 넣으면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넷째, 술과 우유, 차, 호두, 생부추. 양주를 마실 때 우유를 함께 마신다. 본초강목은 술과 우유를 함께 마시면 몸의 기운의 흐름을 막아 갑갑하게 하고, 술을 마시고 나서 차를 마시면 콩팥에 해를 끼쳐 방광이 아프고 당뇨 등 병을 앓게 한다고 했다. '금궤요략(金櫃要略)'도 술안주로 호두나 생부추를 먹으면 피를 덥게 하므로 각혈증이나 출혈성 질병이 있는 사람은 특히 피해야 한다고 했다.
다섯째, 게와 감, 배, 귤, 수박. 게 요리를 먹을 때 간혹 디저트로 단감, 배, 귤, 수박 등이 나오는데 본초강목에 의하면 게와 이들을 함께 먹으면 소화가 안되고 구토가 나며 복통과 설사를 일으킨다고 했다.
여섯째, 오이, 바나나, 우유. 오이를 주식으로 오래 먹으면 피를 말리고 음기가 빠지며, 바나나는 조금 먹으면 장을 깨끗하게 하나 많이 먹으면 위장을 버리고, 우유와 식초를 함께 먹으면 설사와 복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음식으로 하는 다이어트는 결국 몸을 망치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한 삶은 건강한 식생활에서 비롯된다. 언론들이 음식을 다룰 때에는 음식의 궁합, 체질과의 조화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추이진단 중국인/광주보건대 관광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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