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여동생이 셋째를 낳았을 때였다. 시골에서 올라오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갔다. 이제 동생을 본 조카도 함께 데리고 갔다. 큰 병원이라 그런지 신생아실도 여간 넓지 않았다. 거기 바구니마다에 누워 있는 아기가 스무 명 가까이 되는 것 같았다."이정혜씨 아기 좀 보여주세요." 우리가 간호사에게 말하는 동안, 우리 말고도 아기를 보러 온 또 한 가족이 신생아실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 나는 네 살짜리 조카가 제 동생을 잘 볼 수 있도록 뒤에서 가슴을 안아 번쩍 치켜들었다. 그러자 비로소 신생아실의 많고도 많은 아기를 본 조카가 조금은 심각한 얼굴로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외할머니. 이거 우리 엄마가 다 낳은 거예요?"
그 말에 어른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 때문에 미처 대답을 하지 못하고, 내 조카처럼 저도 어른들과 함께 제 동생을 보러 온 저쪽 집안의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행여 제 동생을 빼앗길까 봐 지지않고 이렇게 되받는 것이었다. "아니야. 우리 엄마가 낳은 것도 많아."
그날 그 병원에는 이 세상에서 아기를 가장 잘 낳는 두 여자가 입원해 있었던 것이다.
이순원/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