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88올림픽 이래 국가 경쟁력을 키울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불과 2년이 채 안된 지금 우리의 위상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정도로 불안하다. 경제적 차원에서 국가 경쟁력을 대변하는 것은 그 국가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자산가치이다. 세계 유명 경제지가 발표한 100대 글로벌 브랜드 중 우리 브랜드는 겨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브랜드 자산가치는 기초과학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의 바탕 위에 형성된다. 또한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국제적 협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의 위상은 그 국가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정부가 국가 브랜드에 아예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국가 이미지 제고위원회라는 기관을 설치하고 나름대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격상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활동 영역과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월드컵 4강의 꿈을 이루었다고 해서 우리 브랜드 가치와 국가 이미지가 격상되었다고 자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간단한 논리로 본다면 축구로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브라질 브랜드의 자산가치와 국가 이미지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위기 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처음부터 다시 짚어보는 성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 경쟁을 지원하고 기업은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노력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위상과 이미지를 격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는 꼬리표가 기업의 브랜드 자산 구축에 오히려 부담이 되는 일만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국가의 아이덴티티조차 정립하지 못하는 정부가 돼서는 안된다. 개혁을 기치로 내건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기업계와 문화계 등의 지혜를 모은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최일도 한국외대 글로벌브랜드전략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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