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란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중기 부실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시행중인 금융기관 자체 중기 지원 프로그램, 6월초 발표될 정부 종합 대책 등은 자칫 '요란한 빈 수레'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기 부실은 산발적이라는 점에서 대기업 부실과, 담보 구성 등이 복잡하다는 점에서 개인 부실과 차별적이어서 효과적인 대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국책은행들은 중소기업 대란 우려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1∼2개월 전부터 '프리 워크아웃' 등 중기 지원 프로그램을 잇따라 도입했지만 실적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금까지 137개 업체에 대해 이자 감면과 만기 연장 등으로 총 1,244억원을 지원했고, 국민은행이 35개 중소기업과 지원 협정을 맺은 것이 그나마 가시적인 성과다. 산업 신한 조흥은행 등 나머지 대부분 은행은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원 대상을 찾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다. 기반 자체가 붕괴된 상황에서 지원 대상인 '사업성은 있지만 일시적 유동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중소기업여신팀장은 "몇몇 대기업 하청업체를 제외하고는 솔직히 사업성 있는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어쩔 수 없이 만기 연장 정도는 해줄 수 있어도 신규 지원을 하기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만기 연장 거부→은행 중기 연체율 상승 →부실 채권 부담' 등의 고리를 피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지원은 하고 있지만, 추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규 지원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종합 대책에도 큰 기대를 하긴 무리다. 개인 부실은 한 곳(배드뱅크) 에 묶어 처리할 수 있었고 부실 대기업은 은행들의 공동 지원이 가능했지만, 산발적이고 담보 여신 위주인 중소기업의 경우 뾰족한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결국 그간 수차례 되풀이된 보증 확대 등의 정책이 동원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중기 연체율 상승이 은행에나 우리 경제에나 상당한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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