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르면 26일 통일ㆍ문화관광ㆍ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등 소폭 개각을 단행할 방침이나 고건(高建) 총리가 이를 위한 제청권 행사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조기 개각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또 열린우리당 일부 당선자가 김혁규(金爀珪) 전경남지사에 대한 총리 지명에 반대하거나 유보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노 대통령의 개각 구상과 일정이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달 말 고 총리의 제청을 통해 개각을 단행할 경우 통일장관에 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의장, 보건복지장관에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 문화관광장관에 정동채(鄭東采) 의원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퇴 의사를 밝힌 고 총리가 “물러나는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개각 시기가 이달 말이 아닌 새 총리 인준이 마무리되는 내달 하순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우식(金雨植) 청와대 비서실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고 총리와 최근 두 차례 면담을 갖고 각료 제청권 행사를 요청했으나 고 총리는 제청권 행사가 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24일 다시 고 총리를 만나 제청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고 총리가 제청권 행사를 거절한다면 순리에 따라 절차를 따를 것이며 총리직무대행(경제부총리)을 통한 제청권 행사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제청권 문제는 원칙에 관한 문제이므로 청와대가 삼고초려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고 총리의 제청 거부의사를 재확인했다.
한편 김 전지사 차기총리 지명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노당 등 야당 반발이 거센 가운데 우리당 당선자 중 최소한 5명이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실제로 반대 표를 던질 경우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되는 총리 임명동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본보가 22일~24일 우리당 당선자 152명을 상대로 김 전지사의 총리 지명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120명 중 찬성이 81명, 반대 5명, 판단 유보 21명, 답변 거부가 13명이었다.
또 ‘판단 유보’ 및 ‘답변 거부’ 입장을 밝힌 당선자 중 일부는 “김 전지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고 밝혀 반대 의견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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