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희귀하다는 외국식품은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클랜베리 주스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희귀하고 비싼 음식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알고 보면 우리가 늘 먹는 채소와 과일이야말로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건강을 지켜주는 '불로초'다.유럽에서 평균 수명이 길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식탁에는 항상 토마토가 오른다. 녹차를 어릴 적부터 즐겨 마신다는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나카가와네(長川根) 마을의 암 발생률은 장수국가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가장 낮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대 데이비드 키퍼 박사가 사과, 달걀, 블루베리, 연어, 아보카도, 땅콩, 수박, 곡물, 카레가루, 고추 등 10가지 장수 식품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토양이 다른 미국판 장수식품이라 우리 식생활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연어보다는 국산 고등어가 좋고, 곡물 중에서는 특히 현미가 노화 예방에 좋다"고 추천했다. 이 원장과 함께 선정한 한국인 장수음식 8가지와 그 효능에 대해 알아본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한국인 장수음식 8가지
●유방암 진행 막는 붉은 사과
사과에는 섬유질, 칼륨, 비타민C 등 무기질이 많이 함유돼 있고 폴리페놀 성분은 성인병을 예방한다. 또 붉은 색 껍질 속에 든 캠페롤과 케르세틴 성분은 유방암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의 단백질 성분을 차단해 암이 더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폐를 보호하는 물질도 들어 있어 흡연자에게는 필수적인 음식이라는 사실이 최근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발표됐다. 섬유질이 풍부해 여성들의 단골 고민인 변비를 해소하는 데에도 탁월한 효과를 낸다.
●호흡기 면역력 키워주는 고추
고추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은 신진대사를 증진시키고 다이어트에도 좋다. 또 체지방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비만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연세대 생화학과 권영근 교수는 "캡사이신 성분이 새로운 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을 예방하고 전이를 억제한다"고 말했다. 고추에 함유된 또 다른 성분인 베타카로틴은 호흡기 계통의 감염 저항력을 높이고 면역력을 증진시켜 질병의 회복을 빠르게 한다. 비타민C 함량도 귤보다 2∼3배나 높다.
●나쁜 지방질 깨끗하게 하는 수박씨
수박에는 소변을 잘 볼 수 있도록 돕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트룰린이 많이 함유돼 있다. 그래서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몸이 자주 붓는 사람들에게 적격이다. 암 발생을 억제하며 동맥 속에 이물질이 쌓이는 것도 방지한다. 또 수박씨는 콜레스테롤이나 나쁜 지방질을 깨끗하게 해주는 작용을 하므로 뱉지 말고 함께 먹으면 도움이 된다. 토마토나 적포도주보다 3∼6배나 많은 수박의 빨간색 라이코펜 색소는 체내의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항암작용을 한다.
●뇌기능 향상시키는 고등어
고등어에는 단백질, 지방, 칼슘, 인, 나트륨, 칼륨, 비타민A·B·D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또 생선에만 들어있는 특수 영양소인 EPA와 DHA가 많이 함유돼 있다. 이 두 지방산은 콜레스테롤 대사를 원활하게 해 줌으로써 혈액순환과 함께 심장과 혈관의 근육수축을 조절하고 우리 몸이 정상적인 혈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DHA는 뇌의 발달과 활동을 촉진시켜 기억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 따라서 뇌 기능이 떨어지는 노년기에 중요하다.
●치매 예방하는 달걀 노른자
달걀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흰 자위만 먹으면 오히려 콜레스테롤 흡수가 감소된다. 노른자는 치매 예방과 더불어 어린이 두뇌 발달에 꼭 필요한 레시틴 성분이 들어 있다. 따라서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환자를 제외하고는 하루에 한 개 정도 먹으면 좋다. 눈병을 예방하는 성분도 들어있다. 흔히 소화가 안 된다는 이유로 삶은 달걀 먹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달걀은 어떻게 요리하든 거의 소화가 되는 식품이다.
●항암 효과 큰 카레
카레는 향신료에 들어 있는 자극 성분, 특히 매운 맛 성분에 의해 식욕을 크게 증진시킨다. 향신료 성분은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항산화와 항암 효과가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카레 향료에 함유된 물질이 몸 속 종양이 자라도록 돕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레 원료인 인도산 생강과 식물 강황의 색소성분인 쿠르쿠민의 작용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물질은 상처 치료를 돕고 알츠하이머병과 다발성 경화증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장병 막아주는 땅콩
땅콩에는 인슐린을 안정시키고 심장병을 막아주는 성분이 있다. 섬유질이 함유돼 혈압 조절작용도 한다. 견과류에 든 리놀렌산 등의 고도 불포화 지방산은 혈관벽에 붙어 죽상(粥狀)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춘다. 역시 견과류에 든 엘라직산은 암의 진행을 방해한다. 일주일에 2∼4회 이상 먹어야 효과가 있으며 땅콩알로는 25알 정도가 적당하다. 그러나 곰팡이가 슬게 되면 간암을 유발하는 아프라톡신 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에 절대 먹으면 안 된다.
●노화 늦추고 비만 예방하는 현미
쌀겨층과 씨눈에는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식물성 기름과 리놀레산, 비타민이 풍부하다. 백미는 도정 과정에서 씨눈이 떨어져 나가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이 5%에 불과하다. 반면 현미의 경우 씨눈과 쌀겨가 벗겨지지 않기 때문에 비타민 B1과 B2, 단백질, 지방, 무기질, 식물성 섬유 등 거의 모든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각기병 예방에 좋은 비타민B1은 대사작용에 관여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 식물성 섬유는 변비를 해소한다.
■과일·채소 농약 제거법
흔히 먹는 과일과 채소에는 여러 가지 농약이나 식품첨가물이 함유돼 있다. 이런 독성 물질이 체내에 많이 쌓이면 자칫 큰 병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유기농·무농약 농산물이나 자연식품,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좋지만 여의치 않을 때에는 농약과 각종 식품첨가물을 없애는 제독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과일
소금물에 15∼20분 정도 담궜다가 흐르는 물로 씻은 다음 식초물로 헹군다. 소금의 양은 물 4ℓ에 두 큰 술, 식초는 2ℓ에 두 수저 정도 넣으면 된다.
양배추·배추·양상추·양파
겉잎에 농약이 제일 많이 남아 있으므로 겉잎을 떼낸다. 양파는 갈색껍질을 벗겨 내기만 하면 된다.
쑥갓·시금치·부추
흐르는 물에 3∼4분간 씻는다. 마지막 헹굴 때 여러 번 흔들어 씻는다. 이렇게 씻으면 농약을 없앨 수 있다. 그리고 끓는 물에 뿌리부터 넣고 중간에 한 번 잎을 뒤집어준다. 시금치는 1분30초∼2분, 다른 것은 1분 정도 데치면 된다. 데친 다음에는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한 후 요리하는 것이 좋다. 다만 부추는 예외.
감자·당근·무
물로 씻은 뒤 껍질을 벗긴다. 두껍게 깎지 않아도 된다. 감자의 싹이나 연두색으로 바뀐 껍질 부분에는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 있으므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무 잎에는 농약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조리 전에 제거해야 한다.
토마토
흐르는 물에 30초 정도 손으로 잘 문질러가며 씻는다. 확실하게 농약을 없애려면 껍질을 벗겨 먹는다. 꼭지 반대쪽 껍질에 십자모양으로 칼집을 낸 뒤 포크로 찔러 10초 정도 불에 살짝 쬐던가 끓는 물에 담근다. 그런 다음 바로 찬물로 식히고 껍질을 벗기면 된다.
우엉·가지
떫은 맛을 우려냄으로써 독성을 제거할 수 있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껍질을 벗겨낸다. 칼로 얇게 깎은 후 물 3컵에 식초 한 큰술 정도의 비율로 만든 식초물에 15분 이상 담가둔다. 가지도 흐르는 물에 30초간 손으로 문질러서 씻은 다음 요리에 맞게 썰어서 물에 담가둔다.
토란·콩나물
콩나물은 조리하기 전에 끓는 물에 식초를 약간 넣은 다음 30초 정도 데치는 것이 좋다. 껍질을 벗긴 토란을 구입했을 때는 먹기 전에 소금을 뿌려 두었다가 물로 씻어낸 뒤 다시 물을 붓고 끓인다. 다 끓으면 물을 버리고 미지근한 물에 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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