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나모(44)씨는 매물로 내놓은 가게가 5개월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동안 나씨가 잃은 돈은 무려 8억원. 도대체 나씨의 8억원은 어디로 갔을까.나씨의 창업예산은 당초 6억원이었다. 2002년 9월 실평수 150평의 고깃집을 권리금 없이 보증금 1억원, 월세 800만원, 관리비 200만원에 계약했다. 나씨는 대신 '식당은 인테리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기에 많은 돈을 썼다. 최상급(평당 260만원)으로 꾸며 모두 3억9,000만원이 들었고 주방설비와 비품 등을 구입하는 데에 나머지 1억1,000만원을 사용했다.
2002년 12월 개점 후 한달 동안은 일 매출이 200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해말에는 50만원을 겨우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매출 하락이 지속되는 동안 15명에 달하는 종업원 인건비와 월세·관리비·금융비용 등을 포함해 추가로 2억원이라는 부채가 생겼고 나씨는 결국 지난해 12월 가게 문을 닫게 됐다.
점포닥터 박균우 대표는 "나씨의 경우 최고급 인테리어만 갖추면 손님이 찾아올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한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나씨가 창업한 고깃집의 주변여건을 볼 때 주요도로가 아닌 보조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점포앞 주차를 할 경우 점포를 가려 시야가 제한되는 등 입지가 매우 취약했다. 고깃집의 경우 최소한 3개 동 이상의 주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지역으로 상습교통정체가 일어나지 않는 곳이 좋다는 것이 박 대표의 조언이다.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도 실패요인으로 분석된다. 해당 상권 특성과 맞지 않아 오히려 고객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과도한 점포 평형은 지나친 점포유지비와 인건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할 사안이다. 박 대표는 "서울에서 100평 규모의 점포를 창업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고급으로 꾸민다고 해도 4억원 정도면 가능하다"며 "자만과 과도한 욕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02)2637-7112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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