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열린우리당에서 입각을 둘러싼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통일부 장관 자리가 막판에 정동영 전 의장 쪽으로 기우는 듯한 조짐을 보이자 김근태 전 원내대표를 지원하는 재야파가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여권에서는 정 전의장의 통일부 행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공식적으로는 개각 시기와 폭 등에 대해 입을 닫고 있지만 정동영-통일, 김근태-복지부 설이 유력하게 떠돌고 있는 것. "이미 노 대통령의 뜻이 당사자들에게 전달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 전원내대표 측은 격앙돼 있다. 한 측근은 "통일부 장관을 하겠다면 민족문제를 고민한 흔적이 삶에 배어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야 시절부터 통일운동에 간여해온 김 전 원내대표의 경력을 강조함과 동시에 정 전 의장을 깎아 내리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측은 또 "아직 개각 시기나 당 인사 입각 폭은 아무 것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근거 없는 소문은 그런 것을 희망하는 세력들의 바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전의장 측은 조용히 대세 굳히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 전의장의 한 측근은 "입각 결심을 밝힌 이상 임명권자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정 전의장의 생각"이라면서 "자꾸 이런저런 얘기들이 돌면서 자리다툼을 하는 것처럼 비치자 정 의장이 크게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양 진영의 감정 대립이 표면화하는 가운데 두 당사자는 말을 아낀 채 노 대통령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23일 정 전의장은 강원도로 산행을 떠났고, 김 전 원내대표는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대응 방향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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