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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日정상 김정일·고이즈미 발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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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日정상 김정일·고이즈미 발언록

입력
2004.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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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은 22일 대동강영빈관에서 오전 11시께부터 1시간 30분 가량 이루어졌다. 고이즈미 총리가 문제 제기와 요구를 하고 김 위원장이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 정상회담은 통역시간을 빼면 두 정상간의 실제 대화시간이 1시간 남짓에 불과해 깊이 있는 논의에는 이르지 못했다.일본 외무성 발표를 토대로 재구성한 회담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교정상화

김정일= 2002년 9월 이후 사태가 복잡해진 것에 대단히 실망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재방문을 환영하며 이번 회담을 중요시하고 있다.

고이즈미= 서로 현재의 비정상적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대국적 얘기를 하려고 다시 왔다. 평양선언을 준수하는 한 이른바 경제제재를 발동할 생각은 없다.

●납치자 문제

고이즈미= 가족 8명의 귀국을 즉시 실시하기 바란다. 전원 같이 돌아가고 싶다.

김정일= 가족이 떨어져 있는 상황을 인간으로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산가족을 만들 필요는 없다. 5명은 별 문제없이 귀국하게 되지만 젠킨스씨는 본인이 일본에 가는 것을 불안해 한다.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얘기해보면 어떻겠는가. 본인의 의사에 맡기겠다. 잘 안되면 제3국에서 가족과 만나는 것도 방법이 아니겠나. 베이징에서 만나면 어떻겠나.

고이즈미= 안부불명, 행방불명인 사람들에 대해 일본의 가족은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확실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즉시 본격적인 재조사의 약속을 요구한다.

김정일= 해결이 끝났다고 하는데도 그렇게 말한다면 백지에서 재조사하자. 일본이 참가해도 좋다. 가족의 심정은 나도 알겠다. 지금까지 관계기관에 조사를 지시해왔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다시 조기에 본격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 조사는 당장 실시하고 결과는 일본에 빨리 알리겠다.

고이즈미= 앞으로 새롭게 납치피해자로 인정되는 행방불명자가 나오면 마찬가지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요도호 사건 범인의 인도를 요구한다.

●핵·미사일문제

고이즈미= 핵개발은 일본의 안전보장에도 위협으로 절대 용인할 수 없다. 완전한 핵 폐기, 국제적 사찰, NPT(핵확산금지조약) 복귀가 반드시 필요하고 불가결하다. 핵 폐기에 의해 세계가 안전해질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북한을 평가할 것이다. 핵 보유로 얻을 수 있는 것과 핵 폐기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을 공격하겠다고는 말하고 있지 않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나도, 부시 대통령도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바라고 있다.

김정일= 우리도 핵을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최종목표다. 미국의 자세 때문에 핵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말하고 있는 이상 핵무기 억지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고이즈미= 그렇지 않다. 미국의 생각을 오해하고 있다.

김정일= 6자회담 안에서 우리도 양보해 동시행동원칙에 근거해 일괄해결도 제안했다. 그 첫 단계로서 '동결 대 보상'을 제안해 비핵화에 한걸음을 내딛었다. 핵을 동결한다면 검증도 당연한 일이다.

고이즈미= 다음 주요국 정상회담(G8)에서 부시 대통령과 만난다. 오늘 대화내용을 전하겠다.

김정일= 꼭 부탁하고 싶다. 좋은 얘기다.

고이즈미= 평양선언에는 모라토리엄(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의 동결)이 적혀 있는데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

김정일= 선언을 지켜나가겠다.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도지원

고이즈미= 인도적 관점에 입각해 국제기관을 통해 식량 25만톤과 1,000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의 인도지원을 조기에 실시하겠다.

김정일= 감사하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평양선언이란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발표한 공동선언.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실질적 정치·경제·문화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양국의 상호 이익 2002년 10월부터 국교정상화 교섭을 재개 일본측은 식민지 지배에 따라 엄청난 손해와 고통을 줬다는 점에 대해 사과하고 국교정상화 후 무상자금 협력, 저금리 장기차관 제공· 인도주의적 지원 등 경제협력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양국 관계가 비정상적인 때에 생긴 유감스러운 문제로 재발방지 북한은 미사일 발사 유예를 2003년 이후까지 연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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