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 지명이 확실시되고 있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국회 인준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열린우리당 내에서 김 전 지사의 총리 기용에 대한 반발이 나오는데다, 야당이 '절대 불가'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노무현 대통령의 '김혁규 총리' 구상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 노 대통령의 정면 돌파 여부가 주목된다.본보가 열린우리당 당선자 152명 전원을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20명 중 반대가 5명, 판단 유보가 21명으로 찬성하지 않은 응답이 전체의 17%에 달했다.
김 전지사에 대한 노 대통령의 남다른 애착과 최근 신기남 의장 등 당 지도부의 거듭된 '김혁규 총리' 추켜세우기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심상치 않다.
현행 국회법상 총리 임명 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통과할 수 있게 돼 있다. 따라서 내달 17대 국회 개원 직후 김 전지사에 대한 총리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전체 재적 의원 299명 중 150명 이상이 찬성해야 총리 임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의 여야 분위기라면 야당 당선자 147명(한나라당 121명, 민주노동당 10명, 민주당 9명, 자민련 4명, 무소속 3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지고, 열린우리당 당선자 152명 중 최소한 5명이 반대표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돼 김 전 지사의 총리 인준은 부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의혹이나 흠결이 돌출,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與 초선 18명이 '판단 유보'
'김혁규 총리'에 반대한 열린우리당 당선자 5명은 모두 초·재선이다. 입장을 유보한 당선자 역시 초선이 1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3선 이상 중진급은 대부분 찬성했고 1명만 유보 입장을 보였다.
반대와 유보에 초·재선이 많은 것은 전체 당선자중 초·재선 비율 자체가 높은 이유도 있지만, 이들이 '김혁규 총리' 카드 강행으로 인한 정국 경색 가능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큰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엔 정국경색을 감수하면서까지 밀어붙일 만큼 김 전경남지사가 능력과 이력면에서 출중한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한 당선자들이 주된 이유로 든 것은 "17대 국회 초입부터 상생정치를 어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초선 당선자는 "여야가 더 이상 싸우지 말라는 게 국민적 요구인데 대야 관계에서 오기로 비쳐질 수 있는 인사를 굳이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당 의 개혁노선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충청권 초선) "여권이 양보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호남권 재선)는 주장도 있었다.
유보 입장을 밝힌 당선자 중에도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해보고 판단하겠다"며 상황에 따라 반대로 돌아설 가능성을 시사한 이가 적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영남권 당선자 4명 모두가 찬성 의견을 밝힌 반면, 호남권 당선자들 중에는 1명이 반대, 3명이 유보 입장을 보여 대조적이었다. 성향별로는 당권파와 개혁당 등 친노(親盧) 직계 그룹의 찬성 기류가 강했고, 반대 또는 유보 입장은 386운동권 출신을 비롯한 재야파 일부, 온건 중도성향의 당선자 층에서 두드러졌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