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1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차기총리 기용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데 대해 "야당에게 무조건 따라오라는 게 상생의 정치냐"며 일제히 공세를 폈다. 이날 한나라당의 공세 수위는 탄핵정국이 종결된 이후 가장 강했다. 배경에는 노 대통령이 6·5 재보선을 향해 또다시 '올인' 전략을 펴고 있다는 의구심과 이에 따른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한나라당은 여권이 다시 제기한 중대선거구 개편에 대해서도 "전국 독식을 위한 전략"이라고 일축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02년 5월16일 경남지사 선거를 앞두고 "김혁규 경남지사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결코 손잡을 생각이 없다"고 말한 사실을 끄집어낸 뒤 "정치지도자는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 총장은 특히 "야당에게 '무조건 내 말 들어라'며 존재를 말살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선교 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는 인물을 총리로 내세우면서 어떻게 새정치를 하고 국민통합을 이룩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입으로는 '상생의 정치', 행동으로는 '상쟁의 정치'에 몰두하는 이중적 행태는 용인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종전과는 달라진 리더십으로 야당과 국민을 안심시켜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변칙 각료 제청권으로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불과 4∼5개 부처만, 그것도 열린우리당 차기주자 대권수업용으로, 각료제청권도 물러가는 고건 총리가 변칙적으로 행사하는 개각이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노대통령이 전날 열린우리당 입당한 것에 대해서도 "책임정치를 기대한다" "국정 안정의 계기가 돼야한다"며 덕담을 건넸지만, 시점이 못 마땅스럽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총장은 "대통령은 평소 입당 시기를 전략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말을 자주했다"며 "6·5재보선을 앞두고 말그대로 효과 극대화 시점을 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만찬에서 영남에서 이번 총선에서 몇 석 얻지 못해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며 "호남, 충청 싹쓸이는 잘 된 것이고 영남에서 의석을 못 얻은 것은 소선거구제의 문제라는 것은 전국을 독식하겠다는 패권주의 발상"이라고 공격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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