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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故장일순 10주기 기념사업회 발간-좁쌀 한 알/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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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故장일순 10주기 기념사업회 발간-좁쌀 한 알/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입력
2004.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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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 한 알/최성현 글/도솔 발행·9,800원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무위당을 기리는 모임' 엮음/녹색평론사 발행·8,000원

'원주에 살다 간 예수' 장일순(1928∼1994)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사상을 돌아보는 두 권의 책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와 '좁쌀 한 알'이 나왔다. 장일순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들이 모인 '무위당 장일순 기념사업회'가 그의 발자취와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자 펴냈다.

장일순은 1970년대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불리던 강원도 원주에서 지학순 주교와 더불어 반독재 투쟁을 이끈 정신적 기둥이자 1980년대 태동한 국내 생명운동의 대부다.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또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시인 김지하의 스승이자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이 단 한 번 보고 홀딱 반한 사람이다. 이현주 목사가 '부모 없는 집안의 맏형 같은 사람'이라 했고, 소설가 김성동과 '아침이슬'의 김민기가 아버지로 여겼으며, 판화가 이철수가 '이 시대 단 한 분의 선생님'이라고 꼽는 사람이다.

그토록 큰 산처럼 우뚝했으면서도 평생 아무런 직함 없이 숨은 지도자로 일했고, '좁쌀 한 알'이라는 호처럼 겸손하고 부드러웠으며, 모든 이들을 하느님처럼 모시는 공경의 마음으로 일관했다. 김지하는 그런 장일순 사상의 핵심을 '생명과 평화'라고 요약한다.

'좁쌀 한 알'은 장일순의 사람됨을 보여주는 숱한 일화를 그가 남긴 그림, 글씨와 함께 싣고 있다. 그 중 하나. 하루는 한 시골 아낙이 찾아와 딸의 혼수 장만에 쓰려던 돈을 기차 안에서 몽땅 소매치기당했다며 그 돈을 찾아달라고 매달렸다.

그는 원주역으로 가서 여러 날 노점상들과 소주를 마시며 얘기를 들은 끝에 문제의 소매치기를 찾아냈고, 그를 달래서 받아낸 돈에 자기 돈을 합쳐서 아주머니에게 돌려줬다. 그 뒤로도 가끔 원주역에 나가 그 소매치기에게 밥과 술을 샀는데, 그때마다 훈계나 꾸중은 커녕 "자네 영업을 방해해서 미안하다. 용서하시라"고 말하곤 했다.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는 그를 마음의 스승으로 삼아온 이들의 글과 대담을 모은 책이다. 평생 책 한 권 쓰지 않았고, "내 이름으로 되도록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유언을 어기고 굳이 책을 펴낸 것은 선생의 가르침대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저마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선생의 뜻을 실천하자고 다짐하기 위해서라고 필자들은 말한다.

무위당 장일순 기념사업회는 그의 기일인 22일 원주에서 10주기 기념문화제를 연다. 21일 원주토지문학관에서 기념포럼이 있었고, 22일 원주시립박물관에서 출판기념회(오후 3시), 공연으로 꾸미는 생명평화문화제(오후 5∼10시)가 있다. 기념 전시회도 원주시립박물관에서 6월 22일까지 열린다. (033)747―4579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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