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 집권 2기 시대의 양안관계는 어떻게 될까. 천 총통의 재집권은 중국-대만 양자관계 및 미국을 포함한 3자관계 구도에 중대한 상황변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2000년 독립노선을 표방하는 민진당의 천 후보가 당선됐을 때만 해도 그의 집권은 대만 정치사에서 에피소드 정도로 인식됐다. 국민당의 분열로 일시적인 반사이익을 얻은 데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국민당 구세력이 힘을 합쳐도 민진당을 깰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자연히 중국의 조바심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대만인의 독립지향성, 또는 강한 독자성 추구를 일반적 추세로 보고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균형을 취해야 하는 미국도 난처해졌다. 미국은 지금까지 통일도 독립도 아닌 현상유지를 양안관계 정책의 기조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젠 대만의 독립움직임과 이에 대응한 중국의 무력통일 위협을 동시에 견제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천 총통은 이를 인식한 듯 20일 취임사에서 중국에 선의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원칙도 모호하게나마 인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선거공약이었던 2기 임기 내 헌법제정도 개헌으로 수위를 낮춤과 동시에 개헌안에는 주권·영토·독립 관련 문제는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취임사 내용은 기존 입장에 비하면 엄청난 후퇴다. 물론 지난 4년간의 공격적인 양안정책은 재집권을 위한 전략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연임에 성공한 이상 양안관계의 안정과 이를 통해 경제적 과실을 따내는 것이 천 총통에 유리하다. 더욱이 헌법이 중임만 허용하는 터라 그가 양안관계에서 모험을 할 이유는 별로 없다.
미국도 천 총통의 취임사에 대해 "양안관계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의 첫발"이라며 "건설적"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중국측 태도는 싸늘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천총통의 취임사에 대해 공식 논평하면서 "천 총통과 대만 당국이 말 장난으로 국제사회를 속이고 있다"며 "미국은 대만 당국에 속아서는 안되며 대만당국의 독립 책동으로 양안의 평화와 안정이 심대한 위협에 놓여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다른 관영 언론들도 이날 "천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회피하고 대만 독립을 견지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천 총통이 일단 물러섰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독립 카드를 꺼낼 것으로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천 총통의 유화 제스처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중국도 경제건설과 대미관계 등을 고려해 양안관계가 긴장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천 총통 2기 집권기의 양안관계는 결국 안정적으로 갈 개연성이 높아졌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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