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호수의 어족인가황금찬 지음
천우 발행·8,500원
황금찬(86) 시인이 산문집 '나는 어느 호수의 어족인가'를 냈다. 이광수 이효석 박목월 등 문인들과의 사귐을 모은 글이다. 노시인은 산문집을 통해 선배 문인의 삶과 문학의 향취를 전한다. "인간 자체가 쓸쓸한 것 아닌가. 시는 시인을 닮아야 하다고 늘 생각하지"라고 말했던 김현승 시인, 사모하는 여성에게 5,000통의 편지를 보낼 만큼 고독했던 유치환 시인 등 그가 기억하는 문인들의 일화를 만날 수 있다.
큰딸을 잃었을 때 황씨는 소설가 박화성에게서 위로를 받았다. 박화성은 "남이 슬픈 일을 당했거든 눈물 있는 사람이 위로해주라"면서 아들을 앞서 보낸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먼저 간 딸의 영혼을 위해 작품을 많이 쓰라고 권했던 박화성의 말은 그에게 힘이 됐다. 슬픔은 나 혼자 겪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황씨의 고백은 선배 문인의 눈물 섞인 위로에서 나온 것이다. 딸을 떠나보내던 날 아침에 쓴 시 '너의 창에 불이 꺼지고'가 5년 뒤 영화화됐고, 영화를 보면서 많은 눈물을 쏟았다고 황씨는 고백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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