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일부 직원들은 신문보기를 꺼린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전 원내대표의 입각설이 속을 긁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침 신문을 펼쳐 보면, 하루는 "김 전 대표 유력", 다음날엔 "정 전 의장 확실"이란 식의 뉴스가 잇따르고 있다. 차기대권주자 끼리 통일부 장관직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것은, 아마도 국토통일원이란 이름으로 부가 창설된 이래 처음일 것이다.그럼에도 대다수 남북회담 관계자들은 자랑스러워 하기보다 걱정이 앞선다. 장관직이 선거의 논공행상 대상이 되기에는 현 남북관계가 너무나 미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책 수업을 하거나, '통일대통령' 이미지를 굳히는 일에 주력하다 보면 결정적 시기를 놓칠 것입니다." 한 통일부직원의 푸념이다.
사실 장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과거 사례로 미뤄 볼 때 통일부 장관이 굳이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핵문제 협상 뿐 아니라, 남북대화의 틀이 전환점을 맞고 있는 현 단계에서 대북정책의 사령탑에 대권주자가 앉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보다 깊은 우려는 정부 밖의 전문가들로부터 나온다. 남북회담을 자문해온 한 학자는 "차기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이 통일부 장관직을 맡을 경우 단기간 내 실적을 위해 과욕을 부리거나, 반대로 여권내부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면서 "그 어느 경우도 현재 남북관계로 볼 때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의장은 언론인 시절부터, 김 전 대표 역시 재야시절부터 각각 통일문제를 천착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북정책에 정치가 개입할 때가 아니다.
/정상원 정치부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