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죽음을 말하다정동호 등 지음
산해 발행·1만5,000원
모든 사람은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다. 죽음의 시한은 다르지만 언젠가는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어딘가에서 숨어서 기다리고 있을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반대로 죽음은 현재의 고통을 벗어나고 안위를 찾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죽음. 그것은 삶을 위한 철학의 시작이며 끝이다.
'철학, 죽음을 말하다'는 인류 지성사를 주도한 철학자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루고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쇼펜하우어, 니체, 하이데거, 야스퍼스, 레비나스, 들뢰즈, 장자, 유가가 말한 죽음을 각 전공자들이 집중 탐구한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은 아무 감각도 없는 깊은 수면 상태이거나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가는 것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목숨만은 살려줄 테니 아테네를 떠나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초연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여기'를 강조하는 실존철학자들은 죽음이 생명과 더불어 시작된다고 보았다. 하이데거는 이를 두고 "사람은 태어날 때 죽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늙어 있다"고 말했다. 죽음은 삶의 동반자인 셈이다.
한편 야스퍼스가 실존철학의 대표적 사상가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죽음과의 싸움이었다. 심장협착증으로 수명 30세를 넘기지 못할 거라는 선고를 받았던 그는 죽음과 고통의 한계상황 앞에서도 86세까지 살며 방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자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고전적인 사상은 자살을 우주의 섭리를 거역하는 행위로 보고 있지만 자살이야말로 한 인간이 자기 삶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결단이라는 주장도 있다. 자살은 인간의 자유가 극한적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권리라는 것이다.
철학자들은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친숙하게 여기며, 삶의 완성으로 승화시키라고 강조한다. 자연의 섭리이니 기꺼이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초상집에 가는 게 유익하다'(구약성서)고 한 것은 죽음과 친해질 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삶을 제대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의 생사관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얻음은 그 때를 만난 것이요, 잃음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다. 세상에 오면 편안히 그 때에 머물고, 떠나면 또 그런 순리에 몸을 맡긴다면, 슬픔과 기쁨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가장 이상적인 죽음은 니체의 말처럼 '삶을 완성하는 죽음'이다. 죽기 직전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한 예수, 중생의 깨달음을 인도한 부처, 철학적 삶의 모범을 보인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그렇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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