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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 이야기/우리시대 창비가 선 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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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 이야기/우리시대 창비가 선 자리는?

입력
2004.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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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 특집기획 '한국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중 편집자 대담에 참가한 평론가 진정석씨는 이런 얘기를 했다."창비는 종합지 겸 문예지고…부족한 지면을 감안하더라도 그걸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당대의 문학적 흐름에 충실하게 동참해왔는가, 생각해 보면 역시 반성할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례를 든 솔직한 반성이 이어졌다. "창비 문학란에는 대체로 과감한 모험, 문학적 투기(投企·현재를 초월해 미래로 자신을 내던지는 존재방식)라고 할 만한 태도가 부족하지 않은가 싶어요. 가령 시나 소설의 경우 아주 발랄하고 참신한 작품을 쓰던 작가도 창비에만 오면 이상하게 점잖고 진부해진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사실 신세대 문학, 대중문화, 뉴미디어 체험 등 지난 10년간 문학에서 자주 거론된 주제들 중 상당수가 창비와 다른 자리에서 제기되고 진행되었습니다."

진정석씨의 말은 문자 그대로 시사적이다. 이 특집이 설정한 최근 10년간 한국 문학은 매우 분주하고, 때로 혼란스럽게 보이기까지 하는 변화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루카치는 예술이 역사적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구체적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우리 시대에 문학은 '분주하고 혼란스럽게 보이기까지 하는 변화'를 반영하는 산물이다. 문예지는 그 산물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매체다. "오류나 판단착오, 허언(虛言)의 위험을 무릅쓰고 당대의 문학적 흐름과 함께 가는 진취적 태도, 좀더 과감한 비평적 모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진정석씨는 밝혔다.

'현실에 대한 반영'이라는 말은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현실에 대한 물음과 점검이 함께 담겨 있어야 한다. 기획 의도를 밝히는 창비 대담의 몇 구절은 바로 그 문예지가 선 자리에 대해 묻고 나아갈 바를 짚었다는 데서 의미 있게 들렸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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