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에서 대통령 정무수석, 문화체육부장관 등을 역임한 주돈식(67·사진) 세종대 석좌교수가 21일 한국 역대 대통령의 공과를 평가한 '우리도 좋은 대통령을 갖고 싶다'(사람과책 발행)를 냈다.조선일보 정치부장, 편집국장 등 오랜 기자 경험과 입각이 집필에 도움이 됐다는 그는 이승만부터 김대중까지 대통령 8명과 장면 총리의 통치 과정을 분석하며 지도자가 실패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오만함과 권력에 대한 탐욕"을 꼽았다.
그는 책에서 특히 역대 대통령들을 한 컷 만화로 그릴 경우를 가상해 재미있게 묘사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등잔 밑을 보지 못한 정치 야맹증 노인', 박정희 대통령은 '쌍권총에 채찍까지 든 카우보이', 전두환 대통령은 '빈집에는 집 없는 사람이 살 권리가 있다며 억지 부리는 사람'이다.
자신이 보좌했던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 초반의 개혁 의지가 갈수록 희석되고 정책에서 균형 감각을 잃어 '닷새 항해 끝에 세상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잠수함 선장'으로 평가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들한테 뒷문으로 재산 털린 노인'으로, 노태우 대통령은 '홀인원은 했으나 허리를 삔 골퍼'로 그려졌다. 또 윤보선 대통령은 '내 사전에 타협은 없다고 외친 영국 투사', 최규하 대통령은 '주막거리의 무의탁 노인'에 비유했다.
주씨는 "건국 50년을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대통령의 자질과 재목은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가 없다"며 "이는 국회와 그 밖의 여러 단체에서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 작업이 밀도 있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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