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 3명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李政烈) 판사는 21일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 소집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불구속 기소된 오준형(21·무직) 정병무(22·노동)씨 등 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군 복무 이후 예비군훈련을 거부해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황선호(32·교직원)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같은 종교 신자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한 조모(22·무직)씨에 대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 않다"며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역법은 군 입영 거부자를 모두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불응한 자만을 처벌토록 하고 있다"며 "피고인들의 병역거부 행위는 각자의 진정한 양심상 결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심의 자유는 국가가 개입하면 안되는 내심적 자유와 이같은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며 "한해 600여명에 달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연간 징병인원 30만여명의 0.2%에 불과해 국가 방위력에 미치는 정도가 미미하고, 국가를 위해 군인이 필요하다 해도 전 국민이 군인이 될 필요 없이 대체복무제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다면 고의적 병역 기피자를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피고인들에게 독일의 대체복무 제도 자료와 병역거부의 진실성, 진정한 신앙생활 등을 입증하는 자료 등을 제출토록 했으며 이를 근거로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경우 병역의무 이행의 기본질서가 와해돼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병역거부권을 계속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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