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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사실 쉬쉬하다 되레 아이 큰 상처"/1회 양부모대회 참가자들 당당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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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사실 쉬쉬하다 되레 아이 큰 상처"/1회 양부모대회 참가자들 당당한 공개

입력
2004.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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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파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37)씨가 입양 의사를 가족에게 밝힌 것은 외동딸(10)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2002년이었다. 당초 김씨 부모는 "대를 이을 장손을 입양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대했지만 막상 생후 20일된 성민군을 직접 보게되자 금세 친손자처럼 따뜻하게 대했다.얼마 후 김씨는 "성민이가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바로 입양사실을 알리겠다"고 했다가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겠느냐"는 부모와 언쟁을 벌인 끝에 아이의 알권리를 인정해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사회에서 입양은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로 치부된다. 대부분의 양부모들이 입양사실을 아는 경우 아이가 기가 죽는다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이 아는 것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결국 숨겨왔던 입양사실을 아이들이 우연히 알고 엄청난 마음의 고통을 겪는 사례가 많다.

입양 전문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가 21일 경기 이천시 알로에마임연수원에서 양부모 4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한 '제1회 전국 입양부모 대회'는 이런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소아과 의사인 K씨는 1남1녀를 둔 상태에서 1990년 당시 3세였던 주희(가명)양을 공개 입양했다. 주희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데다 입양 직후인 92년 K씨 가족이 호주로 이민까지 가게 돼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그러나 양부모의 정성어린 양육 속에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정을 붙이고 정상을 되찾은 여섯 살 때 K씨는 당당하게 입양 사실을 얘기해주었다. K씨는 "오히려 사실을 털어놓고 나니 서로 간에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4월 생후 2개월 된 수민군을 입양해 화제를 모았던 연극배우 윤석화(48)씨도 이날 강사로 나서 자신의 공개입양 체험담을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남옥 박사는 "비밀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간의 대화를 무겁게 만든다"며 "당당하게 입양사실을 알리는 것은 부모와 자녀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박사는 또 "입양사실을 알리기 전에 서로의 사랑에 대해 확신이 전제돼야 한다"며 "비밀을 폭로한다는 생각보다 꾸준한 대화를 통해 자녀를 이해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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