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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도전!멋쟁이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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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도전!멋쟁이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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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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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옷-'양복에 넥타이' 난상토론'국회의원으로 적절한 옷차림’이란 존재하는가. 다양한 이념적 배경과 개인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17대 국회에 대거 진출하면서 그들의 정치행태와 함께 외모도 적잖은 흥미를 낳고 있다. 이미 몇몇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평소 옷차림으로 등원하겠다”고 밝혀 본회의장에서 점퍼나 개량한복 차림의 국회의원을 볼 날도 머지않았다.

단적으로 말해 국회법에 의원들의 복장규정은 없다. 그러나 국회와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는 주장부터 개인의 취향일뿐이라는 의견까지 국회의원의 옷을 보는 시각의 편차는 엄청나다. 지난 15일 김영석(한복디자이너) 김용호(사진작가) 루비나(패션디자이너) 이건수(월간미술 편집장) 등 네사람이 모여 ‘내가 국회의원이라면’이라는 주제로 난상토론을 펼쳤다. 그들이 말하는 옷과 정치, 정치인의 함수관계.

국회의원의 옷차림

●이건수 ‘국회의원과 옷’이라는 주제를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유시민 의원이었다. 16대 의원선서때 재킷에 면바지 입었다가 동료의원들의 비난을 샀었다. 옷으로 자기 소신을 밝히려는 의도였던 것 같은데 TPO(Time, Place, Occation)에 맞는 차림은 아니었다. 나도 만일 국회의원이 된다면 최초의 청바지의원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무릇 옷은 시간과 장소, 때에 맞춰 입어야한다고 본다.

●김영석 옷차림에는 사회적 관례나 관습이 있다. 그렇다고 양복이 절대적으?적절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때 가수 김원준이 치마를 입어서 논란을 일으켰지만 요즘 현대M카드에 등장하는 남성모델들은 미니스커트 차림이다. 그래도 신선하다며 웃고넘기는 시대가 됐다. 중ㆍ고교에서는 남학생들도 가사 실습을 한다. 사회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김용호 국회의원은 공인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공인은 아무래도 전통과 관습의 영향을 더 받기 마련이다. 나를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자리에서는 예의를 지키는 것이 좋지않을까. 옷이 정체성의 한 표현이라지만 단병호 의원이 어느날 양복 입고 등원했다고 해서 변절자라고 욕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루비나 ‘양복에 넥타이’ 고수는 다소 시대착오적이다. 예전엔 교회에 갈 때 꼭 성장을 했지만 요즘은 캐주얼도 인정된다. 캐주얼도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콤비양복이나 일반 정장에 비해 손색이 없는 것들이 많다.

●김영석 무슨 일이든, 처음 하는 사람은 돌을 맞기 마련이다. 그건 미니스커트의 윤복희가 계란세례를 받은 것과 같은 이치다. 개인적으로는 국회의 다양성 차원에서 양복외에 한복이나 캐주얼 등 다양한 의복이 적절한 선에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본다. 양복보다 캐주얼을 멋지게 입는 것이 훨씬 어렵고 돈도 많이 드는 게 문제지만.

옷과 정치, 혹은 정치적 옷입기

●루비나 국회의원의 옷이 특별히 눈에 거슬릴 때는 그것이 양복이냐 캐주얼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권위의식과 획일화를 연상시킬 때다. 김영삼정부 시절, 김 전대통령이 노타이 차림으로 나왔는데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의원들이 똑 같은 노타이 차림이었다. 대통령이 안하면 나도 안한다는 획일성과 서열의식이 느껴져 영 안좋더라.

●이건수 옷이 정치적 신념의 표현일 수는 있다. 그러나 자기생각과 옷, 그것이 보여지는 혹은 펼쳐지는 장이 다 어우러져야 목적이 달성된다. 간혹 수해현장 시찰이나 공장참관중인 의원들의 점퍼차림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정치적 성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김용호 내 생각엔 정치적 무관심이 클수록,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질수록 캐주얼이 용납되는 것 같다. 이탈리아의 포르노출신 국회의원이었던 치치올리나는 의회민주주의의 전통이 중시되는 영국이었다면 의원이 되기 어려웠을 테고 마찬가지로 가슴을 드러낸 채 등원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우리 정치권은 너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고 권위도 높다고나 할까.

이미지정치와 옷

●루비나 국회의원들이 양복차림을 고수하는 것은 교복처럼 신경 쓰지않고 입기에 딱 좋다는 게 가장 큰 이유 아닐까. 무난하고 위험부담이 없는…. 하지만 너무 단조롭고 여성의원들의 경우 한결같이 브로치에 스카프 등 전형적인 ‘귀부인 스타일링’은 좀 바뀔 필요가 있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다.

●김용호 국회의원의 옷차림을 말하면 ‘그렇지않아도 이미지정치가 문제인데…’라며 마뜩치치않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옷을 입는다는 것, 자기를 꾸민다는 것은 자기를 남들이 알기쉽게 설명하는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지 정치는 오히려 필요하다. 보여주는 것이 많으면 그만큼 책임질 일도 많다. 신사처럼 입었으면 신사로 행동해야 한다, 멱살잡이 대신.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내가 국회의원이라면 이렇게 입는다.

●루비나 패션디자이너

당선된 후 처음으로 지역구에 내려왔어요. 당선인사도 하고 지역구의 민원도 들어야하니까 활동적이면서 예의를 잃지않는 옷차림이 좋겠다 싶었어요. 무난한 검정색 캐주얼바지에 검정색 재킷을 콤비로 입고 청록색 블라우스를 받쳐서 편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살리되 액세서리는 하지않았어요.

액세서리가 아닌 나의 얼굴과 성실성을 봐달라는 의미죠. 커다란 비즈니스 가방은 내가 실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해요. 수행비서에게 가방을 들려서 가는 것은 싫어요.

●김영석 한복디자이너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의원연맹(IPU) 총회 만찬에 참석중이예요. 한국대표로서 우리의 전통의상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었어요. 바지저고리에 배자, 두루마기를 갖춰입으면 전통복으로는 성장을 한 셈이니까 만찬 자리에 손색이 없지요.

흔히 한복에 구두를 신지만 우리신이 엄연히 있어요. 구두를 신으면 외국인의 눈에 한국신은 아예 없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구요. 대통령도 아닌데 한복차림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 있지만 입지않고 자꾸 잊혀지니까 오버처럼 보이는 거 아닐까요.

●이건수 월간미술 편집장

지금 보좌관과 토론중입니다. 이번 회기에 제출할 문화산업 육성책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중이거든요. 본회의장도 아닌데 국회의원이라고 청바지 입지 못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일할 때는 편하고 실용적인 옷차림이 좋은데 이 청바지는 색이 짙어서 튀지않고 정장재킷에도 무난하게 받쳐입을 수 있어요.

느슨하게 맨 넥타이와 소매를 걷어올린 줄무늬 셔츠는 젊고 패기있는 이미지를 연상시켜서 좋아하구요. 아참, 제 넥타이 뒷면에는 자잘한 꽃무늬가 있어요. 넥타이가 출렁일 때마다 살짝 엿보일 꽃무늬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해요.

●김용호 사진작가

오늘은 국회 대정부 질문자로 나설 예정입니다. 격식을 갖춰야하는 자리에는 검정색 양복이 최고지요. 옷이란 예의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정중한 것과 경직된 느낌은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양복에 넥타이’라는 틀을 고착화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오늘은 고상한 느낌의 스카프를 가슴포켓에 다는 걸로 넥타이를 대신했어요. 하얀색 드레스셔츠는 깃을 깨끗이 세워입고 끈을 매는 구두로 마감하면 더욱 정갈한 인상을 주지요. 옷을 입는다는 건 타인에게 자신을 보다 알기쉽게 설명하는 행위이기도 해요.

■정현선(패션칼럼니스트·전 '바자' 편집장)의 패션클리닉

●박근혜 의원 - 화려함으로 육영수 이미지 탈피

고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생김새와 옷차림, 그리고 헤어스타일. 박근혜 의원의 트레이드마크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이런 이미지가 선거에 모종의 영향을 끼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퍼스트레이디’의 이미지를 버리고, ‘2004년 동시대를 사는, 일하는 여성 국회의원 박근혜’로의 자연스런 이전이 필요하다.

박 의원은 50대라 믿기지 않을 정도의 단아한 몸매와 선을 가졌다. 기품과 우아함은 최대의 강점이다. 딱딱한 수트나 지루한 중간색조, 강한 원색에 묻혀두기 아깝다. 특히 화사한 색상의 여성스러운 팬시 울 소재를 입었을 때 인상이 밝게 살아난다. 조금 더 가볍고 유연한 소재, 크레이프 울이나 니트 같은 부드러운 실루엣의 덜 구조적인 디자인을 권한다.

●단병호 의원 - 점퍼 고집보다는 콤비로 절충을

노동자와의 연대를 뜻하는 점퍼차림으로 등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고수해야 할 것은 정치적 가치와 신념이지 ‘점퍼’는 아니다. 의원으로서 하는 일 만큼이나 부딪히는 상황도 다양하고, 그때마다 기대되는 적절한 옷차림이란 것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새 국회에 거는 기대와 우려를 생각한다면 옷차림 정도는 맞춰주는 노력이 유연함의 표시가 될 것이다.

수트라고 모두가 딱딱한 것도 아니다. 흔히 ‘캐주얼 재킷’ ‘콤비’라 불리는 스포츠 재킷은 트위드, 코듀로이, 캔버스 등 소재도 다양하고 노타이나 캐주얼한 버튼다운 셔츠, 체크무늬 셔츠와도 잘 어울린다. 꼭 점퍼를 고집한다면 광택이 없는, 단색의, 로고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을 깨끗한 셔츠와 함께 입어 너무 캐주얼하지않은 느낌을 주는 게 좋겠다.

●전여옥 의원 - 곡선 많이 사용해 강한 인상 중화

강하고 튄다는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사람들은 전 의원의 말을 주의 깊게 듣기도 전에 그녀는 호전적이고 비틀기를 좋아하고 조심성이 부족한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미지이다.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 그리고 우리를 방해하기도 하고 돕기도 하는 것.

우연히 전 의원이 노란색 재킷에 목선을 스치는 길이의 웨이브 단발을 한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처럼 여성스럽고 부드러워 보인 적이 없다. 이미 강한 이미지를 가진 그로선 보는 이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는(다소 시선을 분산시켜도 좋을) 밝고 낙천적인 컬러, 부드러운 곡선(헤어, 스카프, 주름 등)을 사용하는 것도 한걸음 더 부드럽게 다가가는 방법이다.

●유시민 의원 - 밝은 넥타이로 여유있어 보이게

확실히 사회는 젊어지고 있다. 형식보다는 내용이, 권위보다는 유연하고 창의적 발상이 중시된다. ‘드레스 업’보다 ‘드레스 다운’이 더 쿨한(?) 사회가 된 건 사실이다. 우린 조깅복 차림으로 인터뷰를 하던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들에겐 ‘드레스 코드’가 분명 존재한다. 그 드레스 코드를 어기는 일은 불법이 아니지만 어리석은 일이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유시민 의원이 가장 멋져 보일 때는 날이 선 탄탄한 논리를 펴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 토론의 순간이다. ‘캐주얼 등원’ 논란의 주역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깔끔한 셔츠에 다소 광택있는 밝은 색 넥타이를 맨 그가 샤프함을 잃지 않으면서 훨씬 여유 있어 보인다. 아마 그가 그날 입은 캐주얼이 조금 더 멋스러웠다면 그런 난리보다는 ‘취향의 다양성’에 관한 문제로 좁혀지지 않았을까.

●천정배 의원 - 목선에 볼륨 줘 유약한 인상 커버

그의 얼굴은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면이 있다. 아마도 소년과 같은 동그란 얼굴과 가늘고 긴 목, 가끔 보이는 천진한 미소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상생의 정치를 구현해야 할 시대라고 한다면 상당히 유리한 얼굴이다.

상대적으로 무게감은 덜 느껴지는데 이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목선에 볼륨을 더하라고 하고 싶다. 보통 칼라 사이로 손가락 3개 정도가 드나들 수 있는 것이 셔츠를 고를 때의 기준이나 천정배 의원의 경우 좀 더 여유를 주는 것은 어떨까 싶다. 다소 보수적인 차림, 체구가 있어 보이는 확장색이 추천할 만 하다. 가는 금속테에서 윗부분만 뿔테 처리한 안경으로 바꾼 것은 상당히 잘한 결정이다. 짧게 위로 솟은 눈썹의 아쉬움을 멋지게 처리했다.

■정장 국회 출석, 국민에 대한 예의 75%/프리-㈜좋은만남 선우 공동조사

국회의원의 복장규범에 대해 대다수(74.8%)의 유권자들은 정장 차림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복장형태별 수용도에 있어서는 넥타이를 매지않는 세미(準) 정장도 바람직하다는 응답자가 과반수(58%)를 넘었으며 생활한복에 대해서도 과반에 육박(47.2%)하는 응답자가 수용적인 태도를 보여, 검정색 정장 위주의 기존 국회의원 복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일보 주말섹션 ‘프리’가 ㈜좋은만남 선우와 함께 12,13일 실시한 ‘국회의원의 복장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5대 도시 거주 20세 이상 남녀 3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정장차림 여부에 대한 질문에서 ‘국민에 대한 예의’라는 응답은 74.8%였고 ‘개인적 판단의 문제’라는 응답은 25.2%였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연령이 낮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지지층에서 상대적으로 개인적 판단의 문제라는 답변이 많았다. 또 자신이 진보적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50.0%가 ‘옷차림은 개인적 양식의 문제’라고 응답한 반면 보수적 성향인 사람은 대부분(91.7%) ‘정장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응답했다.

세미 정장 및 평상복 차림에 대해서는 ‘품위에 어울리지 않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2.8%로 가장 높았고 ‘국회의 권위손상으로 절대 안된다’는 응답은 21%였다. 반면 ‘탈 권위적 현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26.2%에 달했다.

규범적 잣대와 달리 국회의원 복장형태별 수용도 조사에서는 정장(98.4%)은 물론 세미(준)정장(58.0%)도 상당수 유권자가 수용적 태도를 보였고, 생활한복(47.2%)도 비교적 수용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우리 고유의 정장차림인 전통한복은 36.4%만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고 평상복은 17.4%. 점퍼차림은 15.4%로 조사됐다. 정장 이외 다른 복장에 대한 수용도는 젊은층, 고학력층, 진보성향층 등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반면 정장고수 응답은 고연령층, 남성, 한나라당 지지층, 보수성향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성희기자

■파격 복장의 역사

현대 남성 정장은 지금 진보파의 도전을 받는 보수파의 입지와 비슷하지만 사실 그 모태는 18세기 후반 프랑스혁명이었다.

프랑스 혁명 이전의 남성 정장은 지금의 남성복과는 많이 달랐다. 하의는 퀼로트(무릎 길이 바지)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었으며 상의는 긴 조끼에 무릎 길이의 쥐스토코르(앞이 트인 코트)를 입었고 목에는 레이스로 만든 섬세한 크라바트(일종의 스카프)를 둘러 장식했다.

귀족의 화려하고 과시적인 옷차림은 평등주의 사상을 움튼 혁명기에 ‘상퀼로트 운동’이 일어나면서 해체되기 시작했다. 상퀼로트는 퀼로트가 아닌 바지, 즉 긴 바지를 일컫는 말. 혁명주체세력이었던 과격공화당파를 지칭하는 말로 통용됐다. 당시 혁명주의자들은 노동에 불편한 귀족옷 대신 길고 헐렁한 바지에 까르마뇰이라고 불린 헐렁한 재킷을 입었다. 옷이 정치적 신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다.

혁명을 통해 등장한 현대 남성복의 원형은 영국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급성장한 부르주아 계급이 자기성공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입은 비즈니스수트로 진화했다. 이화여대 의류직물학과 조규화 교수는 “19세기 중반 이후 밤의 예복인 연미복과 낮의 예복인 모닝코트가 정착되면서 짧은 재킷에 긴 바지, 하얀색 셔츠, 조끼와 타이가 남성 정장의 기본형으로 자리잡았다”며 “지금 남성 정장은 이때의 비즈니스수트를 원형으로 한다”고 밝혔다. 혁명가의 옷이 신흥권력가의 옷으로 변신한 셈이다.

서양식 정장수트를 입은 첫번째 한국남자는 구한말의 개화파정치인 서광범(1859~1897). 1881~1883년사이 양복을 입은 것으로 기록에 남아있으니 양복의 역사는 120년 남짓이 됐다.

국회의원의 옷차림도 전통적인 정장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파격패션은 늘 존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6대 국회에 등원할 때 하얀색 구두에 하얀색 양복을 입고 나타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빽구두’는 영화배우의 복장이었다. 서경배 전 의원은 13대때 한복에 흰 고무신을 신고 등원했고 카이저수염으로 유명한 김동길 전 의원은 14대 때 나비넥타이를 매고 국회에 나왔다. 이주일 전 의원도 당시 턱수염을 기른 채 등원해 눈길을 끌었다.

16대 국회에서 유시민 의원이 넥타이없이 라운드티셔츠에 면바지, 검정재킷 차림으로 등원해 ‘예의 없다’는 비난을 받으며 의원선서를 저지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역사적으로 노타이차림은 꽤 여러번 정장사를 장식했다. 근대중국에서는 문화혁명 이후 목깃까지 단추가 채워지는 교복스타일의 인민복이 정장으로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도로 넥타이없이 하얀색 스포츠칼라 셔츠에 양복을 입는 것이 정장으로 통용되기도 했다. 그만큼 정장은 시대와 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한성대 의류학과 김성복 교수는 “속도와 기능성을 중시하는 21세기의 특성상 양복이 곧 예의바른 옷차림이라는 기능이 계속 유지될지는 의문”이라며 “한때 노동복이었던 청바지가 하이패션으로 군림하고있는 것처럼 19세기 자본주의 성공신화의 산물인 정장의 개념도 탈권위시대의 감성에 맞춰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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