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올 1·4분기 은행들이 제조업체에 시설투자자금으로 빌려준 돈은 고작 3,7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부동산 사업엔 1조3,000억원, 음식·숙박업엔 4,600억원의 은행자금이 흘러 들어갔다.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4분기 산업별 은행대출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시설자금 대출증가액은 3,670억원으로 작년 4·4분기(5,379억원)보다 30%나 감소했다. 제조업체들의 투자심리가 더 냉각됐다는 의미다. 전체 대출금 가운데 제조·비제조업을 망라한 시설자금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서비스업 가운데 도소매업에는 9,291억원의 대출금이 순증가했고, 모텔이나 식당 같은 음식·숙박업에도 4,633억원의 대출이 늘어났다. 금융·보험업에는 석달 동안 2조5,000억원이 넘는 돈이 흘러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부동산업 대출도 여전히 최대 은행자금 수요처로 자리잡았다.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 같은 부동산사업의 시행업체에게 대출된 돈은 1조3,401억원으로 제조업 시설자금 대출 증가액의 4배에 육박했다.
10.29대책이후 건설업 대출은 점차 둔화하는 추세지만, 그래도 제조업 시설자금보다 많은 5,000억원의 대출이 순집행됐다. 수요부진 탓도 있지만 은행들이 제조업을 기피하고, 먹고 마시는 사업이나 부동산투자사업을 선호함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한편 은행들의 산업부문에 대한 대출금 잔액은 3월말 현재 294조6,590억원으로 작년말보다 10조1,551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결산 부채비율축소를 위해 기업들이 연말 일시적으로 상환했다가 연초 재대출 받은 부분을 제외하면 실제 대출증가액은 6조∼7조원으로 추정된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부진에 따른 자금수요 둔화 때문에 대출자체가 주춤한 상태이며 시설투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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