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 세계 평화를 위해 조국을 등졌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9일(한국시각) 아테네올림픽에서 새로운 국적을 가지고 뛰게 될 선수 10여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애틀랜타 금메달, 시드니올림픽 은메달에 빛나는 스위스 출신 조정선수 제노 뮐러(31). 조정 싱글 스컬 선수로 1992년부터 미국에 살고 있다. 그는 스위스 조정협회로부터 대표팀 훈련합류를 통보 받았지만 "미국인 아내와 세살박이 아이를 두고 갈 수 없다"며 오히려 훈련 참가비용으로 6만 스위스 프랑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당연히 협회로부터 제의를 거부당한 뮐러는 이참에 미국선수로 올림픽에 나가기로 했다. 그는 6월 열리는 싱글 스컬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2위 안에 들면 미국대표로 뛸 수 있다.
세계평화를 염원하며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도 있다. 1982∼83년 여자 창던지기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그리스의 소피아 사코라파(47·여)는 은퇴 25년 만에 팔레스타인대표로 참가한다. 사코라파는 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서 그리스 대표였고 82년 유럽육상선수권대회에선 동메달을 땄다.
90년 이후 은퇴한 그는 최근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대통령을 만나 "메달을 따기 위한 게 아니라 이스라엘 치하에 신음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아픔을 함께 할 목적으로 대표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사코라파의 합류로 팔레스타인 올림픽 대표팀은 육상 3명과 수영, 복싱 각각 1명으로 늘었다.
올림픽 규정에 따르면 '3년 동안 한 나라를 대표해 국제경기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원하는 다른 나라 선수로 뛸 수 있다.' 따라서 사코라파의 올림픽 참가는 문제될 게 없다. 단 올림픽 기준기록을 통과, 올림픽 티켓을 따느냐가 관건. 사실 올림픽에서 재정지원을 더 받거나,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려는 목적으로 국적을 바꾸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뮐러와 사코라파의 경우는 그 이유가 이채롭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