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가 입법예고한 고위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대한 이의가 예상대로 만만치 않다. 더구나 그 이의는 총선공약으로 내세워 강력히 추진할 것처럼 다짐했던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제기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에 여당이 발목을 잡고 나서는 꼴이다.열린우리당이 내세우는 경영권 박탈, 사유재산권 침해 등 이 제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파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방침이 알려져 왔고 시민단체가 요구했던 일이다. 그런데 그 대상을 본인과 배우자로 한정해 직계 존·비속의 보유주식을 제외하자거나 백지신탁을 하되 매각까지 강제하지는 말자고 주장하며 제동을 거는 것은 하지 말자는 말과 다름없다.
이런 이의가 당정협의 과정에서 제기되자 행자부는 일단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여당 의원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입법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명분과 실제가 서로 다른 정치권의 의사결정 행태가 되살아나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법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임명직 공직자는 강제 매각신탁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서는 제3자가 보관만 하는 보관신탁을 하는 식으로 적용 내용이 달라질 기미마저 보인다.
그러나 주식 백지신탁제는 공직자의 청렴을 담보하는 장치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다. 당정협의에서 불거진 초점은 기업과 정치문제였다. 열린우리당이 불평하는 것처럼 이 제도는 기업과 의원직 중 하나를 포기하라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방의회 의원의 경우 70% 안팎이 건설업 등을 하는 경영자이므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정치를 하려 하는가를 생각하면 이 제도의 필요성과 필연성이 오히려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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