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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석방인질 자기책임론' 무서운 일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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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석방인질 자기책임론' 무서운 일본사회

입력
200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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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일본은 이라크 인질 석방 건으로 떠들썩했다.외교관 희생에 이어 3명의 비정부기구(NGO) 멤버가 인질로 잡혔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풀려났다. 이들은 이라크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 후 일본은 이상한 공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일본 정치가들이 이들에 대해 '자업자득' '자기 책임'이라고 비난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정부에서 구출을 위해 먹고 자는 것을 잊고 노력해 왔는데 어떻게 (풀려나자마자 이라크인이 좋다는 둥 다시 이라크로 가서 일하겠다는 둥) 그런 말을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 발언을 시작으로 이라크에서 NGO 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프리랜서 언론인에 대해 '자기 책임'을 묻는 소리가 일본 전체에 퍼졌다. 인질들에게 사죄와, 심하게는 석방 비용 변제까지 요구하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3명의 인질들은 환영이 아닌 '자업자득' '폐를 끼친 인간들'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보며 일본에 도착했고, 죄인인 양 고개를 숙여야 했다. NGO 활동이나 언론인으로서 전장에서 한 활동에 대해 공감을 얻기는커녕 비판의 대상이 된 그들은 외로움과 싸워야만 했다. 풀려난 3명과 그들의 가족들은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기자회견을 했지만 가슴 속에 간직한 말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

노코멘트를 연발한 회견 현장의 분위기에 대해 프랑스, 독일 신문기자들은 일본 정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회피하고 인질 가족들에게 재갈을 물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생명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엄격한 사회적 징벌이 내려진 이번 사건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일본 사회에 무서움을 느꼈다. 어떤 행위가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를 떠나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는 무조건 악이 되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 일본에서는 어린 아이에게 주의를 줄 때 그 행위가 왜 나쁜지를 설명하기보다 남의 눈치를 보게 하고 그 행동이 남에게 폐를 끼치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인 것으로 교육한다.

이 방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 때 그 때 어떤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힘들면 임기응변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 인질 사건을 보면서 가슴을 펴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하기보다는 사회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범위 안에서 행동에 제재를 가해야 하는 일본식 자기관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일본을 휩쓴 '자기 책임'여론 덕분에 일본 정부와 여당 측은 왜 일본이 헌법까지 바꾸면서 자위대 파견을 해야만 했었나, 혹은 지금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등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구실을 찾았다.

김상미/도쿄대 박사과정·한국N세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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