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것은 팁으로 모은 아버지의 500달러였다."테니스 스타 앤드리 애거시(35)가 미 스포츠 전문 주간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 최근호에 기명 칼럼을 기고했다. 애거시는 '주사위를 던져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란 이민자 출신의 테니스광인 아버지에게서 4살 때부터 테니스를 배운 과정을 일화를 곁들여 자세히 털어 놓았다.
애거시에 따르면 영어도 모르고 이민을 온 부친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한 레스토랑에서 몇 년간 일하면서 팁을 모아 500달러를 저축했다. 부친은 1962년 이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당초 라스베이거스 상업지역의 조그만 땅을 사려했는데, 우연히 테니스 볼 머신(볼을 네트 반대편으로 보내주는 기계장치) 판매업자를 만나 마음이 흔들렸다.
날씨가 좋아 테니스하기에 좋다는 이유로 라스베이거스에 살았던 부친은 고민 끝에 500달러를 주고 이 기계를 구입했다. 그로부터 대략 10년 후인 1970년대 초, MGM그랜드 호텔에서 근무하던 부친은 주변의 테니스코트가 엉망인 것을 발견하고, 호텔 매니저를 만나 제안을 했다. 테니스코트를 관리하고 레슨을 해주는 대신 자신의 아이들이 이 코트에서 마음대로 볼을 칠 수 있도록 요청한 것. 허락을 받은 부친은 그날 이후 매일 트럭에 볼 머신과 함께 애거시와 그의 형, 두 여동생을 태우고 그 곳으로 달려갔고, 애거시는 '수없이 많은 시간'을 볼을 치면서 보냈다.
애거시는 "아버지는 내 마음에 테니스에 대한 사랑의 씨를 뿌려주셨다. 4살 생일 때 아버지는 내가 지미 코너스(80년대 톱랭커)와 볼을 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다. 나는 내 키만큼 큰 라켓을 들고 볼을 쳤다"고 회상했다.
애거시가 월드스타가 된 뒤 부친은 자신의 친구에게 볼 머신 스토리를 이야기하며 "내가 사려던 땅은 지금 라스 베이거스의 요지가 됐다"고 말하자 친구는 "그 땅값이 지금 얼마인줄 아느냐"고 되물었다. 부친은 웃으면서 "그렇지만 나는 그 볼 머신으로 꽤 좋은 수익을 얻었다고 대답했다"고 애거시는 전한다. 애거시는 "아버지의 스토리는 당신이 무엇인가를 믿는다면 그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다"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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