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몸통을 지탱하고 있는 돼지의 다리와 발에 대한 예찬은 적지 않다. 산모가 돼지 다리를 푹 고아 먹으면 젖이 잘 나오고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돼지의 발이 동상에 걸린 적이 없다든가 하는….차갑게 식혀서 먹는 '여름철의 건강식' 족발의 계절이 돌아왔다. 함경도가 원조인 순대와 함께 족발도 원래 대표적인 이북 음식. 시내에서 이름을 날리는 웬만한 족발집 주인들 중에는 이북 출신들이 유난히 많다.
어린이 대공원 후문 건너편에 있는 '한양족발'도 그렇다. 주인 홍영숙씨가 황해도가 고향인 시어머니와 함께 시작한 족발 전문점인데 무려 15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족발 맛은 육수와 삶을 때 들어가는 한약재, 양념 등에 의해 좌우된다. 이 집 족발은 마치 살아 있는 듯 살점과 껍질이 쫀득하고 담백 고소하다. 족발 한 점을 집어 코에 대 보면 향이 은은하게 풍겨 온다. 돼지 잡냄새를 없애 준다는 오향과 한약재, 양념을 넣고 삶아낸 덕이다.
주방에서 갓 썰어 식탁에 올린 족발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한 점 집어 먹을 때의 질감과 담백한 뒷 맛은 이 집만의 자랑이다. 맨 가운데 윗부분에 놓인 것은 대부분 앞발. 소의 꽃등심처럼 껍질보다 살이 많아 여자들이 더 좋아한다.
반면 살이 적고 껍질 비율이 많은 것은 뒷발이다. 보통 앞발이 놓인 아래쪽 옆으로 쌓아 놓는데 쫄깃하게 씹는 맛 때문인지 남자들이 많이 집어 먹는다. 맨 아래에 숨어 있는 것은 발톱과 뼈. 쫄깃함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
주인 홍씨가 들려주는 비법은 놀랍다. 무려 15년 이상 같은 솥에 같은 육수를 쓰고 있다고 한다. 새 육수를 쓰는 것이 상식일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족발은 삶을 때 육수를 흡수하기 보다는 육수가 빠져 나온다. 그래서 약간의 육수만 넣고 끓여도 금새 육수가 넘쳐난다. 족발에 들어 있는 기름과 수분이 빠져 나오기 때문이다.
육수는 온갖 영양과 향을 담고 있어 족발 맛을 내는 원천이다. 이 집 육수는 시어머니가 15년 전에 처음 만든 것인데 넘치는 육수를 매번 덜어내고 양념과 한약재를 적당히 넣고 삶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홍씨의 노하우다. 유명한 족발집일수록 육수를 오래 간직하고 맛을 보존한다.
족발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은 새우젓. 광천에서 유명한 토굴 새우젓을 쓰는데 짭짜스름한 것이 맛을 돋워준다. 상추나 깻잎, 배추에 족발을 싸서 된장을 발라 먹는 것도 일품.
국물이 생각날 때 쯤이면 물김치와 맑은 콩나물국이 기다린다. 마늘과 파만 넣고 끓인 콩나물국은 맑은 생수를 마시는 듯 담백하고 이틀에 한번씩 담근다는 물김치는 새콤하다. 부추빈대떡은 서비스로 나온다. 그래도 허기가 지면 칼국수나 막국수로 별도로 주문한다. 사골 국물에 직접 칼로 썰어낸 국수, 새우와 바지락, 파가 들어간 칼국수가 특히 잘 나간다. /박원식기자
● 메뉴와 가격 족발 크기에 따라 1만8,000∼2만5,000원. 칼국수와 막국수 4,000원, 녹두빈대떡 5,000원, 만두전골 1만7,000원.
● 영업시간 및 휴일 밤 12시까지. 연중무휴.
● 규모 및 주차 테이블 10개 40석. 빌딩 뒷편에 10여대 주차
● 찾아가는 길 어린이대공원 후문 삼거리에서 중곡동 방향 첫번째 신호등 옆.
● 연락처 (02)453-2587, 457-6449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