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이달 11일까지 엄청난 규모의 손절매를 단행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패턴이 최근 오락가락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12, 13일에는 1,000억원 이상 순매수했으나 14, 17일 소폭 순매도로 돌아서더니 다시 순매수로 전환, 20일은 3,4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현물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선물은 반대로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도를 알기가 쉽지 않다. 외국계 증권사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증시가 바닥권에 진입했으나 기업 가치에 비해 현격히 저평가돼 있으니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를 하라는 입장과,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니 지켜보라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ING증권, 낙폭 과대주 중심 매수 추천
ING증권은 최근 발표한 한국 전략 보고서에서 최근 폭락장을 낙폭 과대 우량주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권했다. ING증권은 종합주가지수가 4월 고점에서 21% 하락함에 따라 한국 증시는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이 5.3배로 지난 2년 평균치의 저점에 해당하는 싼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고점 대비 낙폭이 가장 큰 종목들로는 INI스틸, 호남석유, LG화학, 한솔제지, 대한항공, 현대증권, 신한지주 등을 추천했다.
지난해 3월 주가 수준에 못 미치는 KT, LG화학, 삼성정밀화학 등도 '매수'를 권했다. 동양화재, LG화학, 부산은행, 한술제지, KT 등 배당주와 하반기 주당순이익 성장 모멘텀이 있는 은행주, 정보기술(IT)주, 소매주 등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밝혔다.
CSFB "외인, 주가 올라도 매도 지속"
반면 CSFB증권은 20일 한국 주식들의 가격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까지는 높은 변동성과 반등시 외국인의 매도 압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하고 방어적인 전략도 지속하기로 했다.
윤 석 CSFB증권 서울지점 전무는 분석 결과 많은 대형주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증시 변동성이 매우 높게 유지될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지난 며칠간 증시가 급반등하는 바람에 가격이 매력적인 주식이 줄었다고 밝혔다. 단 향후 6∼12개월 동안은 금융주와 통신서비스 업종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는 신흥시장 탈피
한편 메릴린치증권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아시아 신흥시장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린치증권은 펀드 중 아시아 비중 확대 의견을 밝힌 응답자가 지난달 63%에서 37%로 크게 감소한 반면 비중 축소 의견은 6%에서 17%로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최근 며칠 간의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추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원증권의 고유선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낮아진 가운데 국내 시장의 경우 글로벌 성장속도 둔화와 중국 긴축정책으로 하반기에 IT 경기 및 수출 증가세가 약화할 것이 우려된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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