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신부가 성철 스님의 선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수회 소속으로 서강대 사제관에 기거하는 서명원(본명 베르나르도 스니칼·51·사진) 신부가 주인공. 그는 최근 '성철 스님의 생애와 전서(全書)'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 신부는 1995년부터 한국 불교를 주제로 박사과정을 밟으며 연구를 진행했으며 1,350쪽의 논문은 그 결실이다.85년 한국에 온 서 신부는 사찰의 풍경소리와 향내음에 매료돼 불교에 심취했으며 그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문화를 체험했다. 10여년 전 송광사 구산스님의 제자였던 로버트 버스웰의 책을 읽고 성철 스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결국 스님의 사상을 논문 주제로 잡았다. 공부를 하고 논문을 쓰면서 그는 복음을 재해석하고 복음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불교, 그리스도교의 만남과 대화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몇 해 전 서강대 이냐시오 영성연구소 주최로 열린 '한국 불교문화와 그리스도인의 영성생활' 강연회에서 그는 "인간은 본래 하느님을 닮았다는 그리스도교의 교리와, 모든 인간은 불성(佛性)을 지녔다는 불교의 가르침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측면에서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고 말하는 등 종교의 유사성에 바탕을 둔 비교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당시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예수는 완벽하게 깨달은 분으로 마음 안에 있는 하느님 나라와 원래의 모습을 하나가 되게 함으로써 당신이 계신 곳에서 하느님 나라를 이룬 분"이라고 말했다.
서 신부는 학위를 받기 위해 11일 출국, 프랑스에 머물고 있으며 23일 입국해 24일부터 경기 여주 피정의 집에서 피정 지도에 나선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