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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 대마총통 '무난한'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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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 대마총통 '무난한' 취임

입력
200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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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천명할 경우 무력침공 하겠다는 중국의 경고와 양안관계에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20일 제 11대 총통으로 취임했다.천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臺北) 총통부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 연설에서 중국과 미국을 의식, 독립노선을 직설적으로 천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양안관계의 핵심으로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간접적으로 거부함으로써 분리주의 입장을 견지했다.

천 총통은 취임사에서 "중국이 같은 혈연과 문화 배경을 갖고 있는 대만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중국 역시 민주 평화 생존 발전을 원하는 대만인들의 신념을 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안이 서로가 자유선택한 환경을 존중한다면 어떠한 형식의 관계로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 총통의 취임사는 "대만은 중국과 별개의 주권국"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독립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향후 정치일정에 대해서도 상당히 유화적인 자세를 취해 중국 및 양안관계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대내외 여론에 호응했다.

천 총통은 취임사에서 2006년에 헌법을 제정하겠다던 당초 공언에서도 크게 후퇴했다. 그는 앞으로 각계인사로 구성된 '헌정 개조 위원회'를 구성,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용어가 기존의 제헌에서 개헌으로 바뀐 것이다.

나아가 그는 "개헌안에 주권, 영토, 독립 문제가 포함되지 않도록 제안하겠다"고 말해 중국을 달래려고 노력했다. 2000년 1기 집권 취임식에서 내세운 '독립 불선포' 등 5개 항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이날 외교부 성명을 통해 "천수이볜의 도발적인 독립 움직임은 양안 평화와 안정에 최대 위협"이라고 비난하며 "우리는 대만 독립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중국은 대만을 담당하는 난징(南京)군구에 3급 비상사태를 발령하는 등 압박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에는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함께 공군 당대회에 참석, "대만 통일에 공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날 백악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중국의 위협을 비난하며 대만이 침공을 받을 경우 대만관계법에 따라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시사했다. 앞서 미국은 7함대 소속 키티호크 항공모함전투단을 정례훈련을 핑계로 필리핀 북동부 해역에 투입, 중국 견제 제스처를 취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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