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복귀 후 처음으로 열린우리당 신·구지도부 17명과 만찬을 하며 신기남 의장이 준비한 입당원서에 즉석 서명했다.신 의장은 이날 만찬이 시작되자 마자 "당원의 뜻을 모아 수석당원으로 모시겠다"며 "동지들 앞에서 입당 원서를 쓰는 게 가장 확실하다"고 권유했다. 노 대통령은 "우편으로 보내려고 했는데…"라며 즉석에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당원서에 써 넣었다. 우리당이 '정신적 여당'에서 '법률적 여당'으로 변모한 순간이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신 의장이 선거제도 개혁 등을 하겠다고 하자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개혁을 하고 이견이 있는 것은 시간을 두고 하자"고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신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속도조절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또 "압도적 우세는 때론 방심이나 실수를 하게 하는 요소"라며 "조심해서 주의 깊게 해나가자"고 재차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당측에 영남지역 인사들을 배려해 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그는 "당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영남)지역에서는 현역의원도 부족해 정책 결정, 당 운영 과정에서 소외되기 싶다"며 "그 지역의 인재를 중히 쓰고 전면에 내세워 우리당이 전국적인 면모를 갖추게 배려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새 총리에 지명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영남지역에서 총선 35%, 40%의 득표는 대단한 것"이라며 "의석에 반영이 안 된 것은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나는 '제도의 실패'라고 이름을 붙이겠다"며 현 소선거구제에 대한 불만을 다시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내주 부분 개각설과 관련 "언론에서 시기를 당기라고 압력을 넣는 것 같은데 아직 총리와 비서실장과도 상의를 못했다"고만 말했다. 참석자들은 "조기개각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평당원'으로 입당했지만 "당의 갈등이 위기 수준에 이르렀거나 표류할 경우 당이 가져야 할 일반적 원칙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 얼마나 당 문제에 개입할 지 주목되고 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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