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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조기 개각 가시화/'물러날 총리,각료제청' 편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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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조기 개각 가시화/'물러날 총리,각료제청' 편법 논란

입력
200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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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고건 총리의 각료제청권 행사를 통해 조기에 개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자 '변칙 제청'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물러날 총리에게 각료제청권 행사를 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여권 내부에서조차 "순리에 어긋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편법·땜질 개각"이라며 "김혁규 총리 임명을 위한 물타기 개각"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우선 사퇴가 기정사실화한 고 총리가 새 장관의 제청권을 행사토록 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 정신과 취지를 훼손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총리에게 이름만 빌려 달라는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총리의 각료제청권을 무력화 시키는 처사라는 것. 고려대 장영수 교수(헌법학)는 "헌법 정신상 총리의 각료제청권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각료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사임할 총리에게 제청권을 행사토록 하는 것은 이 같은 헌법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희대 윤명선 교수도 "실질적으로 신임 총리가 행사해야 할 권한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측면에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 편법 운영"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조기개각이 무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와대 정찬용 인사수석은 "신임 총리 문제가 우선 정리 돼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라며 "고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해 개각을 하는 것은 모양새가 아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도 "떠나는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은 모순이며 신임 총리가 신임 각료에 대한 제청권을 갖는 것이 순리이고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위기와 주한미군 재배치 등 긴급한 현안 해결을 위한 국정안정이라는 조기개각의 명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리당 정장선 의원은 "경제부처나 외교·국방부 장관의 교체를 위한 개각도 아닌데 서두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차기 총리 문제를 슬기롭게 잘 풀어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안영근 의원 역시 "특별히 시급하게 개각할 이유가 없으며 총리 지명 뒤 개각을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김혁규 총리 지명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기개각론 자체가 국정혼란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20일 "열린우리당의 차기주자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땜질개각이자 편법개각"이라며 "고 총리에게 제청권을 행사해 달라는 것도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고 비난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DJ정부 출범때 先例

국무총리의 각료 임명제청권을 둘러싼 편법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을 앞두고 문민 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고건 총리가 새 정부 각료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총리로 내정된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 대한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와 국회인준 저지로 총리인준이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김 총재가 총리서리로서 제청권을 행사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위헌소지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국민의 정부는 '내각이 존재하지 않는' 국정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고 총리의 제청을 받는 궁여지책으로 내각을 출범시켰다. 때문에 당시 고 총리는 2월25일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일주일간 더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야당이 총리인준을 물리적으로 막는 것도 아니고, 물러갈 총리의 제청을 받아야 할 만큼 개각이 화급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고건 총리 제청권 행사할까

고건 국무총리는 20일 이른바 '편법 제청' 문제와 관련, 공보수석실을 통해 짤막한 입장을 발표했다. "아직 청와대에서 공식통보를 받지 못했으며, 따라서 장관임명 제청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는 것이다.

수락도, 거부도 아닌 모호한 태도다. 동시에 가장 정확한 입장이기도 하다. 고 총리에게 제청 요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뿐이다. 전날 제청권 행사 요구 방침이 흘러나온 것은 여권 인사들의 고 총리에 대한 비공식적 압력일 뿐이다.

하지만 이 발표에는 이름만 빌려주는 제청권 행사를 피하고 싶어하는 고 총리의 깊은 고민도 담겨 있다.

고 총리는 그 동안 헌법 87조의 제청권 조항을 들어 "새로 임명되는 총리가 장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는 게 헌법정신에 맞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더욱이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하며 '책임 총리'로서의 위상을 확보했고, 63일간의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서도 빈틈 없는 처신을 한 그가 이제 와서 순리에 어긋나는 선택을 하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면 고 총리가 원칙을 접을 것이라는 관측은 조금씩 늘고 있다. 한 측근은 "총리가 고심 중이지만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입각 하마평 누가 오르나

청와대가 내주 중에 조기 개각을 추진할 경우 5∼6명 가량의 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장관 후보로 당내·외 인사들이 차천타천으로 거명되고 있다.

교체 대상 1순위로 거론되는 인사는 정세현 통일부장관, 이창동 문광부장관, 김화중 복지부장관 등이다. 조영길 국방부장관, 지은희 여성부장관 등은 그 다음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유인태 전 정무수석은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있던 분 들 중에서 개각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해 이들의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초창기 멤버인 고영구 국정원장,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허성관 행정자치부장관 등의 교체 여부에 대해선 유임론과 교체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장의 교체는 새 총리 인준 직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입각으로 진로를 잡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가 어떻게 교통정리 될 지가 관심사다. 양측 모두 통일부장관을 가장 선호하고 있으나 정 전 의장이 통일부 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김 전 대표는 문광부장관이나 복지부장관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그 다음으로 입각 가능성이 높은 원내 인사는 정세균 의원이다.

여권 일부에서 국방부 장관에 처음으로 문민 출신을 기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여권 핵심 관계자는 "최근의 안보 현안과 한미 군사동맹 등을 감안할 때 문민 장관 구상은 시기가 이르다"고 말했다. 국방 장관이 교체될 경우 권영효 전 국방차관, 정영무 전 국방연구위원장, 윤광웅 청와대 국방보좌관 등이 거론된다.

문화부장관으로는 김근태 전 대표 외에도 이철 전 의원, 정동채· 이부영 의원 등이 오르내린다. 복지부 장관 후임에는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장인 김용익 서울대 교수, 이성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용문 전 복지부 차관, 김홍신 의원 등이 거명된다.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지만 교체될 경우 후임으로 대통령 탄핵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나 송종의 전 법제처장, 박순용·이명재 전 검찰총장, 김경한 전 법무차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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