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예산국(CBO)이 의회에 제출한 '해외주둔기지변경방안'보고서는 주한미군 감축을 포함한 미국의 전세계적 전력 재편 계획의 시행에 상당한 진통과 논란이 따를 것임을 보여준다.이 보고서는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 계획의 타당성을 의회 차원에서 점검하기 위해 한국과 유럽 주둔 육군을 중심으로 현행 유지에서 완전 철군까지 크게는 3가지, 세부적으론 7가지 방안의 장단점을 분석해 본 것이다. 때문에 의원들이 각자 어떤 부분을 취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 또 의회 산하 기관의 보고서여서 미 행정부의 계획 추진을 직접 통제하거나 제어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보고서의 곳곳에 GPR 계획은 국방 예산 절감이나 신속 대응력 향상 측면에서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어 의원들의 질의나 조사 과정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 계획 추진에 제동을 거는 데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은 상당하다.
보고서는 재배치엔 미 본토와 해외 다른 지역에서의 새 기지 건설과 이동을 위한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해 예산 절감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강조하고 있는 재배치의 광역 분쟁에 대한 신속 대응 효과 측면에서도 보고서는 "독일의 양호한 도로·철도 수송망을 감안할 경우 독일에서 철수한 미군을 동구나 아프리카의 새 기지에서 출동하는 이점이 주독 기지보다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결론은 주한미군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보고서는 2사단과 예하 부대를 미국 본토로 철수하고 2개 전투 여단을 미 본토에서 한국에 교대로 순환 배치하는 재배치의 경우 미군 부대가 비무장지대에서 멀어질 수는 있으나 한반도 위기 발생시 하와이에서 미군이 발진해야 하고 하와이의 25보병사단이 한국 전투여단을 지원하는 데 3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진단했다.
CBO는 또 미 육군 중 1,000명만 남기고 1개 여단을 순환 배치하는 사실상의 전면 철수 방안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밝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시사했다.
미 육군 내부의 반발도 미 국방부 민간 지도부의 강행 의지에 만만찮은 제동을 걸고 있다. 미 육군은 21세기 대 테러전을 위해 전력 태세의 변화가 필요한 점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육군 병력의 급격한 감축이나 급진적인 이동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강하다.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는 19일 유럽판에서 "당초 지난해 가을만 해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GPR 계획이 늦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혀 군 내부의 기류를 반영했다.
이라크 상황과 11월 대선도 GPR 추진의 변수다. 이라크전 후에 미군이 겪고 있는 진통은 병력 감축론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워싱턴의 전략예산분석센터(CSBA) 선임 국방분석가 로버트 워크는 "해외 주둔 미군 기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겠지만 모든 초점이 이라크에 모아지고 있고 6개월 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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