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계획을 통해 일본을 미 본토, 괌, 하와이, 영국 등과 함께 전력투사 근거지(PPH)로, 한국을 다음 단계인 주요작전기지(MOB)로 분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간 역학구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국방부 관계자는 일단 "미국이 한국을 일본보다 낮은 등급으로 분류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설사 이렇게 결정된다 해도 미국의 분류는 기능구분이지 급수구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모두 차상급인 MOB로 분류하는 것으로 안다"며 "설사 지휘체제 변화로 주일미군이 주한미군을 지휘한다 해도 미국이 한국보다 일본을 중시한다고 보는 시각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세계 미군의 재편 및 이에 따른 주한미군의 중요도 격하가 추진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좋게 해석한다고 사실이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주한·주일미군 간 관계 변화는 불가피하다.
미국의 계획대로 주한미군이 상시 주둔에서 신속이동 개념으로 바뀌면 주한·주일미군의 틀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 여기서 한일 간 '콘트롤 타워'의 정립은 필연적이다. 일부 관측대로 미 1군단 사령부가 일본으로 이전해 현재 공군과 해병대 중심인 주일미군(현재 사령관은 공군 중장)이 육군까지 지휘할 수 있는 체제로 확대되면 지상군 중심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순서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주한미군사령부(대장급)와 미8군(중장급)의 규모 축소도 불가피하다. 또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따라 국내적으로는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등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한반도 안보의지를 입증하는 가장 명확한 기제가 지상군 주둔규모이기 때문에 향후 주한미군의 감축 추이, 특히 미2사단 병력 수를 보면 깊숙한 의중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주일미군사령부가 격상되고 주한미군이 그 지휘를 받는다면 유엔군사령부 해체 등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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