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메트로 라이프/맨발공원 백배 즐기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트로 라이프/맨발공원 백배 즐기기

입력
2004.05.20 00:00
0 0

19일 점심시간 남산 야외식물원. 꽃구경 풀구경에 정신이 팔렸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번듯하게 차려입은 직장인 서너명이 히히덕거리며 신발을 벗고 있다. 이내 양말도 벗고 급기야 바지자락까지 무릎 위로 걷어올린다. 공원에서 웬 추태인가 싶어 눈살이 찌푸려질 무렵, 양손에 신발 한 짝씩 그러쥐고 구도자처럼 진지하게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바로 맨발공원.

여기선 누구나 '맨발의 청춘'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가 시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남산공원 등 서울시 산하 9개 공원 13곳에 조성한 맨발공원이 일제히 새 단장을 마치고 손님맞이에 나섰다. 일부 방치돼 있던 시설들은 깨끗이 정비됐고, 환경이 낙후된 곳은 쾌적하고 안락한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맨발공원은 호박석, 해미석, 옥돌, 통나무 등으로 꾸며진 100m 남짓한 도보를 맨발로 걸으며 발 지압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일종의 건강 산책코스. 발에 집중돼 있는 반사구(신경과 모세혈관이 집중돼 있는 부위)들을 자극해 관련된 신체기관의 기능을 촉진하고, 발에 쌓인 유해 노폐물들을 분해·순환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냥 걷기만 하는 것이라 언뜻 쉬워 보이지만 바닥돌이 발바닥에 가하는 자극이 만만치 않아 5분만 지나면 가시밭길로 변해버리기 일쑤. 하지만 짜릿짜릿 전해오는 통증을 못 견뎌 뒤뚱뒤뚱 몸이 휘청거릴 때쯤이면 통나무와 스테인리스봉을 깔아 만든 안락코스가 나온다. 좀 견딜 만하다 싶어지면 다시 '고해의 코스'가 나오는 등 보행자의 신체리듬에 최대한 난이도를 맞춰놓았다. 도보가 끝나는 곳엔 돌의자에 앉아 발을 씻을 수 있도록 세족대가 준비돼 있어 물 마사지로 발의 피로를 풀어주면 된다.

이른 점심식사 후 시간이 날 때마다 맨발공원을 찾는다는 직장인 강철호(37)씨는 "처음엔 발이 너무 아파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었지만 걷다보면 쌓인 피로가 싹 풀리는 게 느껴지면서 발뿐만 아니라 온몸이 다 시원해진다"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쳤다.

'맨발걷기' 십계명

발 지압이 신진대사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맨발공원을 찾는 시민들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걷기만 한다고 효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의학전문의 어해용 박사는 "발은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혈액순환이 가장 안 되는 곳"이라며 "발바닥을 자극시키는 게 원활한 신진대사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제대로 걷는 법을 모르고 걸으면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무엇보다도 '맨발걷기'의 제 1계명은 발가락 스트레칭. 손가락을 발가락 사이사이에 넣어 깎지를 끼고 발가락을 돌리며 충분히 관절을 풀어준다. 그 다음엔 바닥이 흙이나 크고 둥근 돌로 깔려 있어 발바닥 전체가 자극받는 초보자용 코스부터 시작해 차츰차츰 난이도를 높인다. 처음부터 자극이 심한 숙련코스를 이용하면 열 걸음도 못 가 '발병'난다.

적정 운동시간은 10∼30분. 발바닥 자극이 30분 이상 계속되면 오히려 피로가 쌓이게 돼 부작용이 생긴다. 산책이 끝난 후에는 자극받은 발을 마사지해 주고, 200∼500㏄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 세족대에서 발을 깨끗이 씻어 배설된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